개혁의 덕후가 되자!
- 작성일2018/09/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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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2018-09-18
요즈음은 바야흐로 전문성(덕후)의 시대다. ‘덕후’란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진 마니아를 지칭하는 단어다. 컴퓨터 덕후, 밀리터리 덕후, 프라모델 덕후, 역사 덕후, 심지어 매운맛 덕후 등 그 종류도 참 많다.
우리 집에도 덕후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철덕(철도 덕후)이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장난감 기차를 좋아하더니 결국 철도 덕후가 됐고 장래 희망은 철도 기관사가 되는 것이다.
아들은 주말이면 인근 계룡역으로 출사(출장 사진)를 나가서 제법 폼을 잡고 기차 사진을 찍는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DSLR 카메라 사용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촬영 후에는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아들은 우리나라 지도에 모든 철도 노선도와 차후 구축된 광역철도망까지 그려놓고는 완공되면 꼭 타보겠다고 다짐한다. 대단한 열정이다.
덕후 아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어떤 분야의 덕후이자 전문가인가?’라는 물음이다. 10년 넘게 군 생활을 해왔지만, 내가 과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육군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환기적 안보 상황과 인구절벽,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 높아진 국민의식 등 급변하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 도약적 변혁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하는 시대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육군은 인구절벽에 따른 상비병력과 부대 수 감축 등 불비한 상황 속에서 전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구조로 군을 정예화해 작지만 강한 다재다능한 부대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기간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수차례에 걸쳐 수정·보완했지만, 이제는 국방개혁 2.0의 정신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계획된 부대개편을 실행해야 하는 길목에 서 있다.
육군은 부대개편을 더 효율적이고 적시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조·편성 △병력 △전력화 △장비·물자 조정 △시설공사 △부대 재배치 등 부대개편 6대 요소를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 제반 요소를 패키지화해 추진하고 있다. 개편부대의 임무수행 완전성 제고를 위해 6~7년 전부터 기획·계획·집행·평가 등 장기적이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빈틈없는 부대개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육군개혁실에서 근무하는 나는 복잡한 방정식 같은 부대개편 과정을 지략과 전문성을 갖춘 전우들과 함께 풀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부대개편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부대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부대’ ‘임무와 역할’을 완수할 수 있는 최적화된 부대구조를 만드는 것이 나의 임무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던가? 미쳐야[狂], 즉 몰입해야 닿을[及] 수 있다. 지금은 전문가 시대다. 자기 분야의 덕후가 돼 몰입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철도에 몰입해 철도 덕후가 된 아들을 보면서 나는 다짐한다. 아빠도 부대구조 업무의 덕후, 개혁의 덕후가 되겠다고….
손명수 육군개혁실·소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