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를 10분만에"…‘항공 택시’ 5년후 상용화 계획
- 작성일2018/09/12 09:28
- 조회 424
2018-09-11
조선일보
출근길 도로 정체가 심한 월요일. A씨는 출근 준비를 마치고 휴대전화로 ‘항공 택시 앱(응용프로그램)’을 열고, 예약 버튼을 눌렀다. 도시 곳곳에 있는 비행 정류장 중 A씨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배정됐다. 집에서 나와 도로 한쪽에 설치된 정류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15m가량 올라가 공중 터미널에서 예약해 둔 항공 택시에 올라타고 직장까지 50㎞거리를 단 10분 만에 주파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지난 5월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공개한 ‘항공 택시’의 청사진으로, 5년 후 눈 앞에 펼쳐질 현실이다. 우버뿐만 아니라 각국의 항공업체들은 소형 항공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영국 항공업체 ‘버티컬 아에로스페이스’가 전기만으로 구동되는 수직 이착륙 소형 항공기를 만들었다고 CNN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교통체증에서 벗어나 하늘을 누비는 미래에 한 발짝 가까워진 셈이다.
지난 6월 버티컬 아에로스페이스는 민간항공당국으로부터 비행 허가를 받고 무인 항공기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 이곳 설립자 스티븐 피츠패트릭은 "최근 몇 년간 급증한 단거리 항공 운항이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4년 이내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비행 택시를 상용화해 영국 도시 간 노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개발한 소형 항공기엔 자동차 경주 ‘포뮬러1’ 전용 레이싱카에 쓰인 전기 시스템과 공기 역학 기술 등이 차용됐다.
우버 또한 2020년에 소형 항공기 시험 비행을 시작해, 2023년까지 미국 LA와 댈러스를 포함해 국제 도시 세 곳에서 항공 택시를 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기 항공 택시엔 조종사가 동승해야 하지만 10~20년 후엔 무인 조종 항공 택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소형 항공기가 급속히 늘어나 하늘에서까지 교통 체증을 겪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업체들은 다양한 계획을 고안하고 있다. 우버는 현재 지상에서 차를 여러 명이 나눠타는 방식으로 항공기 한 대당 승객 네 명을 태워 항공 혼잡을 피하고 비용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또한 우버와 우주항공법 협정을 체결해 각 도시에 맞는 항공 교통 시스템을 개발하고 나섰다.
문제는 가격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일반 대중이 항공 택시값을 지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우버 항공부문 책임자 에릭 엘리슨은 "항공 택시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마일(약 1.6㎞)당 9달러(약 1만원)에 불과하며, 전기로만 가동된다면 마일당 비용을 5달러(약 5600원)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항공 택시를 타는 것이 오히려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조종사를 항공 택시에 고용하는 건 높은 인건비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무인이 아닌 이상, 차량 공유 서비스를 비행에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L.E.K. 책임자 앨런 루이스는 "이미 필리핀 마닐라같은 곳에서도 헬리콥터를 타고 교통 체증을 피해 도시를 횡단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엄청난 부자"라고 말했다.
비용 문제 외에 규제 장벽도 뚫어야한다. 미국 전체 도시를 관리감독하는 연방항공당국(FAA)은 과거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만 10년을 썼다. FAA 사무국장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항공 산업에서 일어나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이를 쫓아 규제를 완화하는 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만큼 미국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고 싶어했던 정권이 없어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항공 택시 상용화를 막고 있는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지희 기자
http://m.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8091101563#Redy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