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을 넘어 위대한 혁신으로… 콘텐츠‧사람 중심에 놓아야
- 작성일2018/09/10 09:15
- 조회 481
2018-09-07
MICE산업신문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개막식에서 수백 개의 드론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부동산모델, 영업이익률 5% 불과” 3만불 시대 ‘비즈니스 모델’ 필요
이벤트‧관광‧여행대행으로 접근 ‘악순환’… 마이스산업 부실화 부채질
美 CES “20만명이 먹고 자고 놀아야 산업 살아…지역경제 활성화도”
마이스산업도 이제 국민소득 3만불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향은 모방(copy)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모델에서 기획과 콘텐츠 개발 모델로
옮겨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마이스산업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3만불 시대’란 국민에겐 고소득이라는 혜택으로
나타나지만, 기업에겐 고비용이라는 부담을 지운다.
1인당 1만~2만불 시대의 한국기업들은 저비용을 바탕으로, 모방을 통한 켓치 업(catch up)전략에 성공했다. 그러나 3만불 시대라는 고소득 사회가 될수록,
우리 경제는 고비용 구조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 결과 도처에서 전통적인 모방과 저원가형 비즈니스 모델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마이스산업도
이러한 현상이 감지된다.
화려한 박람회, 과실은 누구에게 갔을까
2016년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동아시아 최대 부동산투자박람회가 킨텍스에서 열렸다. 콘텐츠 기획은 영국의 세계적인 전시·컨퍼런스 전문기업인
인포마그룹이 담당했다. 킨텍스가 제공한 전시공간은 마이스산업의 컨테이너(container)였고, 핵심 콘텐츠(contents)는 인포마그룹과 그들의 브랜드인
‘시티스케이프(Cityscape)’에 의해 제공됐다.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그렇다면 화려한 박람회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돌아갔을까. 한국의 전시업체는 이른바 ‘부동산 모델’에 불과했다.
인포마를 대신해 부스를 팔아주는 ‘price & sell’ 역할을 담당했다. 예를 들어, 기획사인 인포마는 박람회 전체의 고부가치 활동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대신,
한국의 전시업체는 참가업체들에게 부스를 판매했다. 인포마의 영업이익율은 20% 수준인데 반해 한국의 마이스산업 관련기업들은 영업이익율이 5%에도 못미쳤다.
고부가가치활동은 해외 전문업체에게 내어주고, 한국의 마이스업체들은 컨테이너 부스를 팔거나, 전시참가자들의 호텔예약과 항공예약을 관리해주는 단순
대행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마이스는 선진 PCO들의 해외 콘텐츠를 수입하고 이들의 브랜드 제품을 모방(copy)해 생산하는 ‘이벤트 행사’에 머물렀다.
국내 마이스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영업이익율은 낮고 이직율은 높다. 근무환경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인재들이 모이기 어려운 구조다. 기획과 연구개발모델이
아니라 카피와 단순한 이벤트 대행모델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이처럼 한국의 마이스산업은 여전히 이벤트 혹은 관광과 여행대행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마이스산업의 성장도 글로벌화도 어렵다.
한국의 마이스산업은 카피 수준에 머물렀던 1970년대 자동차산업이나 1990년대 제약산업의 과거와 비슷하다.
마이스의 미래, 자동차‧제약산업의 역사에서
서비스산업에서 전후방 관련효과가 큰 마이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려면, 제조업에서 전후방 관련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산업이나 제약산업의 성장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접근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화와 해외시장 개척은 1976년 포니라는 고유모델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해외 브랜드들을 라이센싱해 모방생산하는 모델이었다.
고유모델 개발 없이는 해외수출도 불가능하지만 포니가 생산된 이후 처음으로 에콰도르에 자동차가 수출되기 시작했다. 포니가 개발되면서 우리나라도 자동차
생산의 나라에서 독자적인 자동차 개발의 나라가 됐다. 자동차산업에 고유모델 개발이 글로벌화와 획기적인 제품 경쟁력의 계기가 된 것이다.
20년 전 제약산업과도 유사하다. 당시 규모가 가장 큰 제약업체인 동화제약의 매출이 200억원도 채 되지 못했다. 의약분업으로 처방이 투명해지면서 화이자, 머크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진출했고, 한국기업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제약업체가 글로벌화 되고, 혁신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셀트리온이나 동화제약, 한미약품 등은 이렇게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서비스산업의 혁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마이스산업은 전후방 관련효과가 높고 고용창출의 잠재력이 크다. 마이스산업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산업이 될수 있다. 소상공인들의 혁신성장의 출발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라스베이거스나 프랑크푸르트, 싱가포르
등은 마이스산업을 통해 소상공인이 육성되고 도시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개막식 날엔
20만여명이 숙박을 한다. 20만명이 먹고 자고 놀아야 산업이 산다. 그 혜택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돌아간다.
“콘텐츠와 기획 개발할 시점 왔다”
마이스산업은 이제 컨테이너와 이벤트적 사고에서 콘텐츠 개발과 기획의 사고로 바꾸어야 한다. 세계적인 마이스전문업체인 영국의 리드사는 마이스를 이벤트가 아니라
긴 시간지평(Time Horizon)을 가지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1년 전부터 전시를 기획하고 고객들과 상담을 시작한다. 전시회 2개월 후엔 참가자들과
반드시 두 번의 대면미팅(face to face)을 의무화 한다. 이 미팅은 고객들의 미래 욕구와 지난 번 전시회의 불편한 점을 듣는 자리다. 이때 다음에 개최될 전시회의
영업활동은 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필요한 콘텐츠가 기획되고, 참가자 만족도가 높아진만큼 지난번 참가자들의 재참가 비율은 높아진다.
마이스산업은 미래기술산업이고 데이터베이스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인공지능과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올초 CES에선 인공지능을 내재한
드론 즉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Intel Shooting Star drones)을 선보였다. 드론의 미래가 제시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전자제품박람회는 미래산업에서 4차 산업의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보여주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이스산업은 전시에서 직접적인 수주가 일어나고, 기술영업과 마케팅이 활발하다.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뿐 아니라 첨단 기술을 벤치마킹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벤트에 투자 할수록 ‘마이스 후진국’
마이스 전문 기획업체들은 콘텐츠 개발을 핵심으로 삼는다. 콘텐츠야말로 마이스에 참가해야 할 이유이며 머물러야 할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마이스산업은 혁신과
창조산업이다. 끊임없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콘텐츠(contents)를 개발해야 한다. 혁신과 기획 아이디어의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이 경쟁력이다.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만든다. 후진국일수록 마이스산업은 이벤트를 담아내는 부동산 즉 컨테이너(container)에 많은 투자를 한다. 반면 선진국일수록 컨테이너가 아닌 콘텐츠 창조산업을
지향한다. 마이스산업이 부동산산업이 아니라 사람중심산업이 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마이스산업도 이제 모방과 생산의 시대에서 전후방 관련 가치활동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획과 개발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마이스산업이 서비스산업의
혁신성장을 이끌수 있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를 불러모을 수 있어야 한다. 인적자산은 핵심 중 핵심이다. 한국의 꿈 있는 청년들이 호텔예약과 여행대행업의
수준을 넘어 마이스 콘텐츠를 기획하고 세계의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개발형 마이스산업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해본다. 그러면 마이스산업이 서비스산업 혁신성장의
주역이 될수 있고, 글로벌 지식산업이 될 수 있다.
김기찬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