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하는 중국 군사력, 2035년 아시아 맹주되나
- 작성일2018/09/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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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7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총지휘하는 중국군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다. 전쟁과 전투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변모하고 있다. 시 주석은 병력은 많지만 일사불란한 지휘통제가 어렵고 부패까지 만연했던 중국군을 현대식 군대로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2035년이다. 어디에서도 굴하지 않는 군사력을 갖겠다는 것이다. 중국군이 팽창하면 한반도에도 영향이 온다. 미국은 중국군의 확장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하기 위해 ‘2018년 중국군의 군사력과 안보 발전’을 작성했다.
시 주석 직접 지휘체계 구축
7개 군구 → 5개 전구로 전환
현대식 합동작전 능력 갖춰
유사시 북 핵시설 장악 추진
이지스함 강화, 스텔스기 개발
한반도 점령은 사실상 불가능
1894년 한반도에서 시작된 청일전쟁 때 청나라군은 일본군을 우습게 봤다. 1873년 국민개병제로 동원체제를 구축한 일본은 독일식 정규사단을 창설했다. 9000여명으로 구성된 7개의 사단과 2개 여단에 일본제 무라타 소총과 구경 70㎜ 야포까지 배치했다. 청나라는 일본군을 무시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군은 ‘안성→서울→평양→중국 랴오둥반도→뤼순→산둥반도’에 이르는 전투에서 일본군에 연전연패했다. 전쟁사 전문가들은 청나라군은 부패한 데다 오합지졸이었고, 무기와 전술도 통일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병력과 무기가 많았던 청나라가 일본을 이길 수 없었다.
청을 이은 중국의 군대는 국공내전 과정에서 그 뼈대가 만들어졌다. 중국을 7개 구역을 나눠 군구 형태로 각 지역을 지켰다. 그런 과정에서 군구는 지역 군벌화됐고 온갖 이권과 비리가 난무했다. 많은 병력을 갖고도 일사불란한 지휘통제는 물론, 육·해·공군의 통합된 합동작전 수행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었다. 시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중국군은 선진국 군대에 비하면 과거 청나라군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시 주석은 국방개혁을 내세워 구식의 중국군을 미군과 유사한 현대적 군대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시 주석의 첫 번째 시도는 군구조 개편과 명령체계 확보다. 7개의 군구를 동·서·남·북·중앙의 5개 전구(戰區·theater)로 재편성하고 그 위에 합참의장 격인 연합총참모장을 새로 두었다. 모든 지휘명령은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진핑에 집중된다. 시 주석의 명령이 연합총참모장을 경유해 전구사령관에게 하달되는 방식이다. 한·미의 ‘대통령→합참의장→작전사령관’ 명령체계와 같다. 그는 군에 ‘절대복종’을 지시했다. 이를 통해 군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시 주석이 명실상부한 군통수권자이면서 총사령관이다. 또한 18개의 집단군 가운데 5개를 해체하고 모든 사령관을 교체했다. 그러면서 230만명이던 중국군을 지난해 말 30만명을 감축했다.
개편된 중국군의 핵심은 전구사령부다. 하나의 전쟁 구역을 담당하는 전구사령부는 중국군 처음의 육·해·공군 합동작전 지휘시스템이다. 이 가운데 한반도와 연관된 북부전구사는 79(랴오둥반도)·80(산둥반도)·78(하얼빈) 집단군 등 지상군을 비롯, 공군 사단, 칭다오 북해함대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79·80군은 한반도를 맡는 주력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북한 6차 핵실험 직후 북·중 국경에서 훈련도 했다. 북부전구사령부 지상군 병력이 17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군 서부축선을 맡은 3군사령부보다 규모가 작다.
미 조지타운대 오리아나 스카일러 마스트로 교수에 따르면 북부전구사는 북한 유사시 M-17 등 수송헬기로 병력을 북한 지역으로 신속하게 투입하고 공격헬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산둥반도에 있는 80군은 해병대를 활용해 한반도 상륙작전도 가능하다. 중국군은 북한 핵시설들이 국경에서 100㎞ 이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사시 미군에 앞서 장악할 전망이다. 중국은 이런 군사작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사단을 여단으로 쪼개고 연대를 대대로 나눠 임무에 따라 여단·대대 위주로 편조를 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작전정보를 실시간 공유해 벌떼처럼 동시에 작전할 수 있는 지휘통제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중국이 이처럼 군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작전은 공세적 성향을 갖는다고 한다. 가령 대만 사태가 발생하면 미사일과 사이버작전 등으로 미군 개입을 막은 뒤 해병대를 상륙시켜 점령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현재 1만명인 해병대를 2020년까지 3만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 80%가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점을 고려해 해상수송로 보호 목표도 세우고 있다. 중국은 해상수송로와 대만 확보를 위해 해·공군과 미사일 및 사이버 능력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우선 미 해군이 중국 연안으로부터 1500㎞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둥펑-21 미사일 등을 대거 배치했다. 상황에 따라선 둥펑-26D로 미국령 괌을 공격할 생각도 있다. 지난해엔 정확도가 높고 대응시간이 짧은 신형 중거리 미사일(MRBM) 둥펑-16G를 배치했다.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75∼100기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둥펑-31AG는 사거리 1만1200㎞에 정확도가 100m 이내다. 탄두에는 폭발력 20∼150k의 핵탄 3∼5개가 들어있다. 중국은 나아가 사거리 1만4000㎞ 이상인 둥펑-41도 개발 중이다. 이 미사일은 20∼250㏏ 폭발력을 가진 핵탄 10∼12개를 한꺼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해군력 강화에 특히 의욕적이다. 중국은 내년에 실전 배치될 첫 국산 항공모함 랴오닝함(6만7500t)을 포함해 5척의 항모를 계획하고 있다. 항모에는 젠-15 함재기를 탑재하며, 향후에는 개발 중인 스텔스기 젠-31을 실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이 충분한 함재기 조종사를 확보하고 항모 작전능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20년은 필요하다. 항모도 성능 면에서 미국과는 상대가 안 된다. 또한 중국은 미니 이지스함인 뤄양-Ⅲ급(052D급·7500t)을 배치했다. 대공능력이 강화된 이지스급 순양함에 해당하는 렌하이급(055급·1만3000t) 함정도 건조 중이다. 그렇지만 이지스함은 성능이나 수적으로 미 해군에 절대 열세다. 공군은 여전히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인데 스텔스기 개발이 지지부진하다. 전투기 국산 엔진이 제 성능이 나지 않아 말썽이다.
중국 군사력은 현재로선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 핵무기를 제외한다면 남·북한과 각각 겨뤄도 꼭 이긴다는 승산이 없다. 중국의 운명을 걸지 않는 한 한반도 점령은 어렵다. 그러나 20∼30년 뒤엔 동아시아에서 확실히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꾼 것은 중국에 대비한 행동이다. 이에 일본은 미국과 함께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의 전략은 불명확하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확대하는 것도 중국 군사력의 팽창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중국이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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