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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날아오른 수리온
    • 작성일2018/06/20 13:23
    • 조회 457

    2018-06-20

    서울신문

     

     

    인류의 발명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비행기이다. 이미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날개를 단 인간인 이카로스라는 창작물이 등장할 정도로, 인간은 오래전부터 하늘을 날고 싶었다. 그러나 1903년에야 비로소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이러한 비행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 말이다. 15세기 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새의 비행 원리’를 연구했지만, 실제로 하늘을 난 것은 1891년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이 만든 글라이더였다. 릴리엔탈은 2500번 이상을 비행하면서 조종기술을 가다듬었지만 시험비행 도중 추락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릴리엔탈에게서 영감을 얻은 라이트 형제도 엄청난 노력을 반복했다. 12초에 불과한 인류 최초의 비행을 위해, 라이트 형제는 하루에 20차례 이상 시험비행을 반복했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땠을까.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항공기는 1953년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만들어진 ‘부활호’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최초의 국산 항공기는 KT1 훈련기다. 1991년 첫 비행을 한 이래 우리 공군과 터키, 인도네시아, 페루 등에서 구매했다. 2002년에는 최초의 국산 초음속 항공기인 T50이 첫 비행에 성공했고 우리 공군에 이어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라크 등에 판매한 데 이어 미국 훈련기 시장까지 도전하고 있다.
    이런 항공기의 국산화 흐름 속에 등장한 또 다른 항공기가 있다. 바로 최초의 국산 헬리콥터인 수리온이다. 수리온은 2006년에 개발을 시작하여 불과 73개월 만인 2012년에 개발을 완료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수리온은 맹금류를 의미하는 ‘수리’와 100을 의미하는 ‘온’의 합성어로, 용맹함이 넘치는 헬리콥터라는 의미다. 수리온 개발로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 반열에 올랐다. 수리온은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고 있는 구형 UH1H와 비교적 신형인 UH60의 중간 정도 크기로 완전무장한 1개 분대(9명) 병력을 태울 수 있다. 최대 450㎞를 비행할 수 있으며 화물은 최대 3.7t을 수송할 수 있다.
    최초의 국산 헬기로서 짧은 시간 내에 만들다 보니 기체진동이나 결빙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특히 비행 때에 기체에 얼음이 쌓이는 결빙 문제를 놓고 비 새는 헬기라는 등 비난 섞인 언론보도가 터져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하는 UH1H나 AH1, 500MD 등은 결빙 테스트 자체를 거치지 않았고 미제 UH60 헬기도 1976년 개발 시에 결빙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가 1979년부터 결빙 문제를 손보기 시작하여 1982년에야 문제를 해결했다. 당연히 수리온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제작사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에서 추가 시험 평가를 통하여 결빙문제를 해결하여UH60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결빙 성능을 입증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40여년의 노력 끝에 최근에 이르러서야 벤츠나 BMW에 대적할 만한 고성능 세단을 만들게 되었다. 이에 반해 국산 헬기는 개발된 지 이제 겨우 6년에 불과하다. KT1이나 T50 같은 국산 항공기들은 특성상 군용기로밖에 활용될 수 없다. 그러나 헬기는 군용 이외에도 정부나 민간 수송용으로 활용도가 다양하여 수출 시장도 더욱 넓다.
    항공산업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발전시키려면 다시 날아오르는 수리온 헬기에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지나친 질책보다는 먼저 따뜻한 격려를 줘야 한다. 명품을 만드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


    5) [일요신문] ‘북미정상회담 직격탄’ 방산업계 생존전략 찾기 분주“트럼프만 믿었는데…” 국방예산 삭감 등 우울한 전망   (18.06.19 12:00)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약이 담긴 합의문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외교·안보지형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종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만약 북한이 약속대로 비핵화를 이행하고 체제를 보장받는다면 한반도 평화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방산업계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 시일 내 남북미 합의로 종전이 선언되고, 단계별 군비 감축이 이뤄지면 국내 방산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13 지방선거 기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후보 지원유세에서 남북간 평화체제가 안착되면 국방비를 삭감해 복지에 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2018년 정부 국방예산은 43조 원이다. 국방부는 2021년까지 ‘유능한 안보’를 구현하기 위해 전체 국방예산을 50조 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남북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밑바탕에 둔 것으로, 평화체제가 안착되면 국방예산은 삭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방비 지출 총액은 선진국인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로 따지면 독일보다 2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는 GDP의 약 2.5%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이는 일본(1%), 프랑스(1.93%), 영국(2.05%)은 물론 중국(1.28%)보다 높은 수치다. 미국(3.33%), 러시아(4.18%)가 한국보다 GDP 대비 높은 비율로 국방비를 쓰고 있으나 두 국가는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으로 무역수지와 GDP에 방위사업이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산업연구원(KEIT)이 펴낸 ‘2017 KIET 방위산업 통계 및 경쟁력 백서’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방위산업 총생산(금액 기준)은 16조 4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수출 규모는 16%인 2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또 올해 산업연구원이 펴낸 ‘2018 KIET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방산 수출 총액은 2013~2015년 꾸준히 34억~36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2016년 25억 달러 규모로 급감했다. 반면 정부는 지난 3년간 미국과 14조 원 규모의 무기 수입 계약을 체결해 무역수지로는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방산업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 방산 계열사(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기업의 생산 비중이 84%를 차지한다. 즉 진입장벽이 높은 대기업 위주 시장인 셈이다. 2013년 320개였던 방산업체는 2014년 289개로 줄어든 뒤 현재까지 큰 폭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내수 생산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 등 안보 위협이 증가하던 시기인 2012~2016년 연평균 8.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증권가에선 KAI 등 방산업체를 최대 수혜주로 꼽는 리포트가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의 ‘자주국방’ 공약도 힘을 더했다. 하지만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관계가 점차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면서 방산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에 대해 비판적인 리포트가 금기시돼 있어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항공 등 첨단사업 부문을 제외하고 모멘텀이 약해진 측면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산업계는 저마다 해외 판로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는 항공이다. 전체 수출 가운데 항공 분야 비중은 35.8%에 이른다. 화력은 K-9 자주포 수출 확대 등으로 29.1%까지 비중이 높아졌고, 함정이 22.6%로 뒤를 이었다.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차세대 전투기 보라매를 합작 개발 중이며, KAI는 군수업체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맺고 미국 공군 노후 훈련기 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국방비를 수년째 동결하거나 감축하는 추세다. 반면 아시아에선 오히려 무기 수입 규모가 늘고 있다. 중동지역의 종교분쟁, 중국을 중심으로 한 자원분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세계 무기 수입국 1위는 인도,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 3위는 아랍에미리트(UAE)다. 방산업계는 서유럽 국가에서 잇달아 발생한 테러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무기외교’가 침체된 세계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해외 수출은 아직까지 노력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 미국 공군 노후기 교체 사업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며, KAI가 개발한 FA-50 수출 역시 계약국인 아르헨티나의 경제 악화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KAI의 한 인사는 “중동의 경우 수출 계약을 맺고도 정작 현지 정세가 불안해 수천억 원의 대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KAI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페이퍼컴퍼니에 15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 현지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방산업계로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필리핀 정부가 한국의 잠수함, 항공기 등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있다. 앞의 인사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부분은 외교로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다른 업체도 다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http://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620029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