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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KAI)가 록히드마틴 등에 업고 미 고등훈련기(APT) 수주 실패한 진짜 이유
    • 작성일2018/11/05 09:14
    • 조회 421

    2018-11-01

    뉴스투데이

     

    美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방위사업실장 앤드류 헌터는 최근 산업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방산 세미나에서 “보잉이 사업을 따낸 것은 전략적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술력이 뛰어난 유럽의 사브와 합작하지 않았다면 수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잉의 APT수주가 단순히 가격경쟁력으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셈이다. 

    그의 주장은 사브의 뛰어난 기술력이 보잉과 결합해 가격 및 성능에서 전략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방산 전문가들은 보잉이 수주하게 된 여러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최근 2∼3년간 미국 방산업계에서 이루어진 인수·합병(M&A)으로서, 대형 방산기업이 미래 성장을 담보할 기술력 뛰어난 기업들과 M&A를 추진하는 추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SIPRI) 무기지출프로그램실장 오드 플뢰랑은 “관련 산업이 축소될 때 강한 기업이 약한 기업을 M&A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최근에는 산업이 성장할 때 미래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M&A 또는 조인트벤처(합작투자)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조원 낮은 가격과 '신기술' 도입한 보잉·사브 경쟁력에 밀려  

    사실 지난달 28일 록히드마틴이 18조원 규모의 미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컨소시엄을 구성한 KAI는 충격에 빠졌었다. 내심 기대해 온 방위사업청과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APT 사업은 미 공군의 노후 훈련기(T-38)를 대체해 신형 훈련기 350대를 도입하는 사업으로서,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그동안 보잉·사브(스웨덴) 컨소시엄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미 공군은 작전요구성능(ROC), 운용효율성, 비행안정성, 합리적 가격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는데, 최저가 낙찰자 선정 방식이어서 가격이 기종 선정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록히드마틴이 탈락한 가장 큰 이유는 외형상 현격한 입찰가 차이였다. 보잉은 원래 사업 예산 18조원(163억 달러)보다 8조원이나 낮은 10조 2000억원(92억 달러)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KAI 입장에서는 도저히 만들어 팔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록히드마틴·KAI의 T-50은 개발된 지 10년이 넘고 100여 대 이상 제작·운용되어 신뢰할 수 있는 기종이란 강점이 있었고, 보잉·사브의 BTX는 2016년 12월 초도 시험비행을 마쳐 최신 기술로 개발된 신기종이란 강점이 있었다.

    이번 결정에는 신뢰성보다 최신 기술 반영이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 정부의 대형 방산기업에 대한 정치적 고려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가  대기업의 경쟁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기업에만 일감을 몰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 분야 라이벌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록히드마틴의 수주액이 보잉보다 훨씬 많았다. 관련업계에서는 “APT 사업까지 록히드마틴이 수주했다면 보잉의 방산부분은 고사 위기에 처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KAI '수주 실패' 이유를 알아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 가능

    글로벌 방산기업 전략적 파트너 될 수 있는 기술력 강화가 생존 관건 

    세계는 지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여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력 뛰어난 기업들이 상호 다양한 협력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번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APT 사업 수주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여 한국의 방위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수주에서 실패하자, 현 정부가 과거 정부들보다 지원에 소극적이었고, KAI에 대한 검찰 수사와 방산 경험이 없는 사장 선임을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 물론 그런 부분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은 일부 있다. 하지만 그것이 탈락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노력 여하로 사업 수주가 결정될 상황은 아니었고, 이제라도 세계 방위산업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점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한 ‘한국 방위산업 위기론’은 정부와 방산기업들이 새겨보아야 할 내용이다. 김 의원은 특히 방산기업의 난립과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 주도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수주 탈락에서 KAI가 얻어야 할 진정한 교훈은 “대기업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첨단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한경 방산/사이버전문 기자

    http://m.news2day.co.kr/mobile/113746#_enli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