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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송·감시·폭발물 투하… 미래 무인전투 최선봉 선다
    • 작성일2018/10/18 15:35
    • 조회 465

    2018-10-16

    세계일보

     


    지난 11일 경기도 북부 모 지역에 위치한 육군 드론봇(드론+로봇) 전투단. 전투단 본부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처음 듣는 소음이 귓전을 때린다. 부대 관계자는 “육군 사단급 무인정찰기(UAV) 생산업체에서 엔진시험을 하는 중”이라며 “이곳에서 사단급 UAV 비행 및 엔진 시험이 수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육군 부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간이비행장과 격납고 등을 갖춘 드론봇 전투단은 무인항공 분야를 개척, 2020년대 미래 전쟁을 준비하려는 육군의 의지가 담긴 곳이다.

    지난 1일 85명 규모로 창설된 이 전투단은 육군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드론을 이용한 전투기술 실현을 주도하고 있다. 육군은 2021년부터 군단·사단·연대·대대급 부대에 드론봇 부대를 편성할 방침이다. 새롭게 편성될 드론봇 부대들은 작전 특성에 따라 감시정찰, 공격, 군수품 수송 등을 담당하는 드론을 운용하게 된다.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드론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메우겠다는 의도다. 

    전투단은 육군 미래전투수행 과정에서의 드론 활용법, 작전 특성을 고려한 드론 성능 규정, 드론 조종 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감시정찰을 통한 정보수집으로 지상군 작전을 측면 지원한다. 규모는 작지만 육군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대비하는 핵심 부대인 셈이다. 

    ◆미래 무인전투의 선봉, 드론봇 전투단

    전투단은 기존에 육군이 운용하던 이스라엘제 ‘헤론’ UAV로 구성된 정찰 1중대와 상용 드론을 사용하는 정찰 2중대로 구성돼 있다. 헤론 UAV로 내년 1월 창설될 지상작전사령부의 정보수집을 지원하면서 상용 드론을 이용해 드론봇 전투체계 구축을 위한 실험을 지속할 예정이다. 전투단장 김영균 대령은 “지상작전사령부용 UAV와 공격·전자전 드론 등을 추가 도입해 2023년까지 3개 대대, 700여명 수준의 부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투단이 심혈을 기울이는 업무는 드론의 전투 개념 확립과 장비 소요 도출이다. 드론이 미래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은 있으나 구체적인 개념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육군 교육사령부·정보학교와 함께 드론 전투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단장은 “다음달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감시정찰, 폭발물 투하, 군수품 수송 등에 쓰일 수 있는 드론들을 선정, 전투수행방법 등을 실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과학화전투훈련장(KCTC)에서도 시험이 진행된다. 육군이 창설할 산악여단에서 드론을 활용하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크기가 작고 소음이 적은 드론은 적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정찰에 효과적이다. 군 관계자는 “드론을 띄워 부대 앞 5㎞ 지점까지 살피면 정찰병이 하던 임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투단에서는 부대원 기량 향상을 위해 드론 조종훈련도 실시한다. 드론으로 축구 골대 모양의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특정 지점을 왕복하는 기초훈련, 기계화부대 전술훈련장에서 실시하는 전술 비행훈련이 그것이다. 김 단장은 “육군본부에서 27억원을 들여 드론 조종훈련용 전술훈련장을 2020년 건설할 예정”이라며 “다른 부대에도 훈련장이 신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드론 동호회도 결성… 훈련 투입도

    육군 부대에서는 드론 동호회도 운영되고 있다. 2010년대 초 육군 방공부대 20㎜ 벌컨포 사격훈련에서 무인표적기를 운용했던 간부들이 무선조종(RC) 항공기 조종에 나선 것이 시초다. 이후 중국제 저가 드론이 유입되고 드론 관련 서적이 출시되면서 육군 간부들 사이에서 드론을 만들거나 성능을 개량해 띄우는 사례가 늘어났다. 지난해 취임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드론봇 전투체계 구축을 선언하면서 사단급 부대 위주로 드론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졌다. 

     


     

    강원도 원주 일대를 관할하는 육군 36사단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 부대에는 드사모(드론을 사랑하는 모임)와 플라잉 백호라는 드론 동호회가 있다. 지난 4월 결성된 드사모는 사단 사령부 소속 간부 20여명으로 구성됐다. 드론 축구를 할 때 사용하는 신드론사의 ‘스트라이커 드론볼’(Strike droneball)을 사용한다. 스트라이커 드론볼은 시속 130㎞로 3분 정도 비행할 수 있어 드론 스포츠에 널리 쓰인다. 9명의 장병으로 구성된 플라잉 백호는 지난달부터 활동 중이다.

    36사단이 드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형적 여건 때문이다.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강원도는 병력에 의한 정찰이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36사단은 감시정찰용으로 지난해 12월 상용 드론 6대를 도입, 훈련에 투입했다. 올해 초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경비작전에 드론을 투입, 성과를 거두면서 30여명의 간부가 드론 조종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사단 정보처 소속 서무열 대위는 “드론이 앞으로 군에서 갖게 될 존재감이 어떤지를 느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드론 동호회 활동이 드론봇 전투체계를 운용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육군 내 드론 붐을 이끄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6사단은 지난달 육군 최초로 연대급 전술훈련에 드론을 투입했다. 적의 이동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감시정찰을 실시하고, 야간에는 적외선 카메라로 적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드론을 이용해 전투식량을 운반하기도 했다.  

     


     

    ◆인프라 구축·군용 드론 확보 등은 과제

    육군이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드론봇 전투체계 구축 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우선 드론 조종을 통제할 관제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육군이 군단에서 대대급 부대에 이르기까지 드론봇 전투부대를 만들면 수천대의 드론이 육군에 배치된다. 많은 수의 드론이 비행을 하게 되면 드론에 의한 공중충돌 위험이 커진다. 비행 중인 드론이 아군부대 소속인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오인사격을 방지해야 한다. 공군작전사령부가 운영하는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유사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드론 관제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드론봇 전투체계 구축이 본격화되면 관제시스템 구축 논의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군 관계자들은 상용 드론을 군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군 요구성능(ROC)을 충족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한다. 민간분야에 비해 조종이 거친 군사분야 특성을 고려, 드론이 쉽게 추락하지 않도록 비행 안정성을 크게 높일 필요가 있다. 비가 오면 비행이 어려운 상용 드론은 전천후 성능을 요구하는 군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비바람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의 방수·방풍 능력도 필수다.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용우 총장이 물러나면 드론봇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대에서 드론을 띄우면 군사보안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지금은 드론을 장려하는 분위기”라며 “드론을 활용하면 편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군 내부에서도 알고 있으므로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찬 기자

    http://www.segye.com/newsView/20181016004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