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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미래를 바꿀 우주기술의 파괴적 혁신
    • 작성일2025/01/06 11:34
    • 조회 67

    2025.01.06 [중앙일보]

    발사체 기술은 우주기술 발전의 기반이다. 시작은 대륙간탄도탄 개발 경쟁이었다. 주요 국가들은 우위에 서기 위해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미국·소련 양국 정부가 자존심을 걸고 경쟁적으로 우주탐사를 추진하면서 큰 도약을 이뤄왔다. 세월이 흐르고, 소련이 해체됐다. 발전의 핵심이었던 로켓 기술의 발전 속도가 느려진 듯 했다. 하지만, 기술 진보의 싹이 죽은 게 아니었다. 2000년대 초부터 그동안의 우주탐사 경쟁을 통해 성장한 로켓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화의 길을 터보려는 기업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국가의 지원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우주 발사체 기술들이 축적, 보편화하면서 관련 기술 정보의 확보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스페이스X는 역사상 최고 효율의 엔진 개발을 토대로 저렴하고 안정성 높은 팔콘9 로켓을 성공적으로 개발, 전 세계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후속 발사체 벤처기업들과 저렴해진 발사 비용을 디딤돌로 해서 새로운 용도의 위성, 우주선 등을 개발하려는 기업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기술의 새로운 기업화가 ‘뉴 스페이스(New Space)’라는 이름으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폭발적 성장 예측되는 우주경제

    미국 우주재단의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전 세계 우주경제 크기는 4700억 달러(약 692조원)로, 지난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이 7.3%에 달한다. 이후에는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최근 들어서는 냉전시대의 우주경쟁에 버금가는 국가적 우주경쟁이 미국·중국·러시아·유럽 일본 등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100% 재사용 가능한 스타십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완전 재사용의 열쇠가 되는 1단 로켓의 발사대 귀환과 2단 스타십의 연착륙에 연달아 성공했다. 스타십은 지구 저궤도에 100~150t 수준의 물체를 올릴 수 있다. 발사 비용은 현재의 10분의1에서 최대 100분의1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십 로켓의 발사 비용은 발사에 소요되는 연료비에 약간의 운영비를 더한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어 회당 100만~200만 달러 정도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머스크의 호언장담 성향을 감안해 200만 달러를 5배 정도로 높여 가정해도 스타십의 1회 발사 비용이 1000만 달러 정도가 되면서 꿈의 ‘㎏당 100달러’ 수준이 달성될 수도 있다.

    이렇게 발사 비용의 저렴화가 현실화하면 아폴로 달 착륙 시절부터 우주기술 마니아들이 꿈꾸어 왔던 수많은 우주공간 활용 비즈니스가 경제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이를 토대로 각종 우주기술의 산업화 아이디어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열기가 전 세계적으로 용암처럼 분출되고 있다.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저궤도 위성 기술의 파괴적 혁신으로 위성 제작 비용도 크게 줄어들면서 최근 들어 미국 NASA가 밀고 있는 ‘저궤도 경제’가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5차 산업혁명은 우주기술에서

    이런 변화는 조그마한 시작일뿐이다. 앞으로의 우주기술 개발에는 정부지원의 우주탐사를 통한 과학적 탐구라는 그동안의 역할에 더하여, 그간 축적된 우주기술들이 민간기업들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면서 거대 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혁신적인 우주기술들이 기존 산업과 접목돼 우주정보통신·우주교통·우주태양광에너지·우주자원·우주공장·우주거주지·우주관광 등으로 혁명적인 기술 진보를 이루게 되면서 인류의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이들 분야가 산업화의 꽃을 피우면 10년 후 이 시장의 경제규모는 연간 5조 달러에서 크게는 1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거대한 우주경제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가 제4차 산업혁명 와중이라면 ‘제5차 산업혁명’은 바로 우주기술의 산업화에서 올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경제성을 높여가고 있는 우주기술들이 이미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휴대폰 통신, 브로드밴드 인터넷, 저궤도 항법 기술 등과 융합해 시너지를 내면 당장이라도 엄청난 크기의 시장을 창출하면서 기존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늦지 않았다. 2024년 전 세계우주발사 질량의 90% 정도를 스페이스X가 올렸다. 스페이스X의 파괴적 혁신에 의해 기존 우주기관이나 업체들이 대부분은 심한 내상을 입어 혼란상태에 있다. 스페이스X가 저만치 앞선 백설공주이고 나머지 강자들은 일곱 난쟁이 형세인 것이다. 아직 한국은 난쟁이 수준도 안 되지만 스페이스X를 빼고는 모두가 다시 시작점에 서 있다고 볼 때,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 우주산업은 인근 기술분야의 발전 없이는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 한국은 현재 우주산업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정상 수준이다. 우주산업이 발전할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새로 신설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관·산·연·학이 도전적인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면 우리 대한민국도, 허명만이 아닌, 산업 경쟁력 있는 우주강국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5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