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해외 여행은 이렇게 변한다
- 작성일2020/05/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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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뉴스]
2020.05.04
유리 차단판 사이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공항에서 출국 전 혈액검사를 하고 소독제 스프레이를 받는 것. 극단적인 것처럼 들릴지 몰라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이후의 세계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제공하고자 여행업계에서 실제로 고려 중인 방안들이다.
해외여행이 언제부터 재개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묻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일례로 아르헨티나는 비행 금지를 9월까지 연장했고 영국의 한 장관은 당분간 여름 휴가 예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가능해진다면 해외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공항은 어떻게 변할까?
여러 공항들이 이미 정부 지침에 따라 필수 여행자들에게 적용해야 하는 조치를 도입한 상태다. 때문에 여기서 예측하는 공항의 미래 모습은 어느 정도 익숙하게 여겨질 수 있다.
1~2미터의 거리두기나 공항 전체에 보급된 손 세정제, 그리고 각 터미널마다 사람들을 균등하게 배치하는 노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의 교통안전국(TSA)은 공식 지침에 따라 보안 검색 전후로 20초간 손을 씻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홍콩국제공항에서는 전신 살균기기를 시험 중이다. 공항에 따르면 이 기기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액체를 피부와 옷에 뿌려 사용자를 40초 안에 살균할 수 있다고 한다.
홍콩국제공항은 또한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자외선으로 살균을 하는 자동청소 로봇도 시험 중이다. 비슷한 종류의 로봇이 임시로 만든 병실에서 사용된 바 있다.
전자 체크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공항에서는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승객들에게 가급적 전자 체크인 시스템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시스템을 갖춘 공항에서는 전자 체크인 시스템 사용법을 설명한 포스터 등을 공항 내부 곳곳에 붙일 것이다.
인터피드 여행사의 대표 제임스 손튼은 공항을 통과하는 절차가 앞으로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보안 검색에 들어가기 전에 액체와 기기를 꺼내는 게 규범이 된 것처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도 그렇게 될 겁니다." 그는 말했다. "면역 여권이라는 게 등장할 가능성도 있죠."
올해 초 몇몇 공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열화상 체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유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무증상 감염의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지 않는 공항들도 많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 공항 터미널에서 탑승 전에 승객에게 코로나19 신속 혈액 검사를 제공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10분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비행기 안의 풍경은 어떻게 변할까?
좌석에 앉게 되면 승무원의 미소는 머릿 속으로 상상만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미소를 지어보이고 싶겠지만 당신 또한 마스크를 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나라에서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주요 항공사들이 청소와 소독 과정을 보다 강화해 당신은 시트와 테이블, 안전벨트 등이 모두 잘 소독됐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안도할 것이다.
대한항공의 여객기 티켓을 샀다면 객실에 승무원들이 개인보호장구를 완전히 장착한 채 나타나더라도 놀라지 말 것. 대한항공은 승무원들에게 고글, 장갑, 가운 등의 장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팔걸이를 다른 승객과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많은 항공사들이 객실을 완전히 예약을 받지 않고 가운데 좌석은 비워둘 것이라고 말했다.
TUI항공에서 일하는 한 조종사는 승객을 분산시키는 것이 거리두기 지침 측면에서는 말이 되지만 매우 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객실의 3분의 1을 비우게 된다는 건 항공사들이 손실을 보면서 운행을 하거나 아니면 파리에서 니스까지 왕복 티켓이 요즘 돈으로 1000파운드(약 150만원)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관광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은 이미 항공사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이 조종사는 말한다. "이번 계절이 지날 때쯤 일부 지역의 노선은 다시 열릴 거라고 봅니다."
여행지의 풍경은?
이탈리아의 해변에서 보내는 휴가는 어떨까? 백사장 위에 널려 있는 유리 차단벽 사이를 훑으며 그늘진 자리를 찾아보게 될 수 있다.
"그림을 봤어요." 북유럽관광연구소의 울프 손탁은 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손탁은 유럽의 관광명소들이 호텔을 일부만 오픈하게 하거나 객실 사이 사이를 비우는 등, 손님을 받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주된 목표가 사회적 거리두기라면 그렇게 해야죠. 지중해 리조트에서 수영장이 개장되는 일은 없을 것 같고요." 그는 덧붙였다.
식당들이 테이블을 보다 넓게 분산시키는 방안을 살펴보는 반면 포르투갈의 호텔 체인 빌라 게일은 손 세정제를 비축하고 뷔페 대신 개별 메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테네의 의학 교수인 니콜라오스 시프사스는 뷔페가 수영장, 바, 해변과 마찬가지로 큰 위험 요인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스의 해변에는 사람이 드문드문 앉게 될 것 같습니다.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서로 거리를 유지하게 될 겁니다. 사람들이 해변에 바글바글 모이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거에요." 그는 말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적게 받은 지역과 국가들을 '여행자 통로'로 연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이미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여행자들에게 올 여름 해변을 특별 개방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여행은 영원히 바뀌게 될까?
여기서 보여준 가상의 해외 여행이 별로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미래의 휴가는 집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덜 다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위 '스테이케이션(집에서 보내는 휴가)'이라고 하는 게 오히려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어요." 영국의 여행사 프레시아이즈의 창업자 앤디 러더포드는 말한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창궐한 데다가 그린 테크놀로지와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크루즈선이나 스키 여행, 장거리 비행은 그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러더포드의 설명이다. "여행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상호존중과 연대감, 책임감에 근거해야 합니다."
손탁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의 습관이 바뀔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국내 여행에 대해 사람들이 여행을 꼭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될 수 있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서도 비행기 표를 구매하기까지 두 달 정도를 기다릴 것이라고 답했다. 40%는 적어도 6개월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원의 10%를 해고한 보잉은 적어도 2023년까지 항공 여행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항공의 모기업인 IAG는 항공 여행 수요 회복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맬 사이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