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토서 조종해 적국 표적 핀셋 제거⋯김정은·테러조직이 벌벌 떠는 '킬러 드론'
- 작성일2020/01/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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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0.01.05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 미 국방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사실은 공식 발표했지만, 그를 어떤 방식으로 공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AP·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미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솔레이마니가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솔레이마니를 공격한 드론은 '리퍼(Reaper·MQ-9)'로 전해졌다. 이른바 '닌자 폭탄(Ninja bomb)'이 탑재된 리퍼는 요인 저격용 드론이다. 미 본토에서 조종해 미군 피해 없이 적국의 타깃을 핀셉처럼 집어내 공격하는 드론이 전쟁의 공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드론 조종사들./연합뉴스 자료사진
CNN은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작전이 '임기표적'(臨機標的·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수행됐다고 전했다. 사전에 정해둔 위치에서 표적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아니라 실시간으로 솔레이마니의 동선(動線)을 추적해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드론에 탑재된 감시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이 수집한 정보를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미 본토에 있는 지상 작전통제부에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드론 조종사들이 전자장비를 원격 조정하며 표적을 정밀 추적해 타격했다는 것이다.
앞서 외신들은 미 본토 공군기지에서 일하는 정보분석관들의 일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4일, 하루 10시간씩 영상을 분석하며 등장하는 인물들이 적군인지 민간인인지, 폭격이 필요한지 여부 등을 분석한다. 이들이 분석한 정보는 미국 여러 곳에 있는 드론 작전요원들의 초기 정보가 된다고 한다. 정보분석관은 드론을 통해 수집한 정보 뿐 아니라 감청, 첩보원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함께 해석하는데, 이 분석이 공군 지휘관의 결정을 좌우한다. 공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영상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한다고도 한다.
MQ-1 프레데터 무인기./미 공군
◇중동 테러조직 주적된 드론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미군은 공격용 드론 무기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드론을 실전(實戰)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도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기 재임 시절(2009~2013년) 미군은 드론 공격으로 중동 테러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 3300여명을 사살했다. 이 중 고위간부급만 5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 조직을 드론 공격으로 와해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알 카에다 예멘 지부(AQAP) 핵심 간부인 나시르 빈알리 알안시(2015년 5월), 알 카에다 핵심 테러리스트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2015년 6월), AQAP의 최고 지도자 나세르 알와히시(2015년 6월), 알카에다 이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2017년2월) 모두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살됐다.
드론이 이처럼 중동 테러 조직을 겨냥한 핵심 병기로 떠오르자 알 카에다는 22개 항목으로 된 드론 공습 대피 요령 지침서를 만들어 조직원에 배포하기도 했다. '드론이 보이면 일단 근처 가장 큰 나무 그늘로 숨어라', '실외에 모여있을 때는 인형을 들든지 위장을 해서 적을 기만하라' 같은 내용이다. 2001년 뉴욕 9·11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유서에도 "미국의 드론이 은신처를 찾을 수 있다. 구름 낀 날에만 외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드론의 군사적 활용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이란, 이스라엘 등도 드론 확보를 늘리고 있다. 과거엔 감시·정찰 용도로 국한했다면 이제는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공격용 드론이 활약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군도 드론을 사용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원 33명을 사살하고 1명을 포로로 잡았다. 프랑스 국방부는 작년 12월 19일 "레이저 유도 미사일 2기를 장착 가능한 '리퍼' 드론을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대에서 벌어지는 대(對)테러전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고 그로부터 이틀만에 이슬람 무장단체 ‘카티바 마시나’ 조직원들을 제압했다.
플로리다 주 헐버트(Hurlburt) 기지에서 이륙 대기 중인 MQ-9 리퍼. /미 공군
◇ '하늘의 포식자' 프레데터, '사신(死神)' 리퍼
"곤충 소음처럼 들리는 프레데터(MQ-1)의 엔진 소리가 가장 두려웠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당시 뉴스위크가 파키스탄 지역에서 활동하던 16세 소년 전사(戰士)의 말이라며 전한 이야기다. 프레데터는 원래 정찰기로 고안돼 주로 정보·감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라덴 암살 계획을 세우고 프레데터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했다. 이후 프레데터는 아프가니스탄 산맥에 숨어 있던 알 카에다 간부들을 찾아 저격했다. '포식자'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1995년 실전 배치된 프레데터는 최고 시속 222㎞로 7620m 고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한번 뜨면 29시간 가까이 비행할 수 있다. 활동 반경도 900㎞에 이른다. 대당 가격은 4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시리아 등 주요 분쟁지에서 20년 넘게 활약하다가 지난 2018년 3월 퇴역했다.
프레데터의 빈 자리는 엔진 출력과 무장을 늘린 '리퍼'(Reaper·MQ-9)가 대신하고 있다. 최초 정찰용 드론으로 제작됐던 프레데터는 무장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애초 정찰용으로 고안된 프레데터와 달리 리퍼는 처음부터 무인 전투기로 설계됐다.
리퍼는 1.7톤(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프레데터의 두 배에 이른다. 최대 항속 거리 역시 1852km로 프레데터의 두 배에 달한다. 리퍼엔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포함해 230㎏ 무게의 GBU-12 페이브 웨이 II 레이저 유도폭탄 두 발과 GBU-38 합동직격탄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최첨단 관측·표적 확보장치(MSTS)를 장착해 민간인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MQ-1C 그레이이글./조선DB
◇주한미군도 무인기 '그레이 이글' 보유
주한미군에도 '그레이 이글(MQ-1C)'이란 공격용 드론이 배치돼 있다. 프레데터의 개량형이다. 그레이 이글은 리퍼보다 크기는 작지만 무장 능력(1.6t)은 맞먹는다.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4발과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 4발을 장착할 수 있다. 최대 30시간 동안 최고시속 280㎞로 비행할 수 있다. 한반도 전역을 고화질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그레이 이글은 자동차 바퀴자국까지 식별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탐색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8km 상공에서 400km의 작전 구역에 대해 감시·정보수집을 할 수 있다. 북한 주요 표적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주한미군은 2018년 그레이 이글 12대를 전북 군산 미군 기지에 배치하고 중대 창설식을 열었다. 북한은 공격용 드론에 대해 '침략 전쟁용'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이 보유한 그레이이글 규모면 북한 지상군이 휴전선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무인기 탑재 무장도 진화
최근에는 무인기에 탑재되는 정밀유도폭탄도 진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5월 "미 중앙정보부(CIA)와 국방부가 기존 헬파이어 미사일을 개량한 일명 닌자 폭탄(Ninja bomb) '헬파이어 R9X'를 운용해 왔다"고 보했다. 목표 반경을 초토화하는 기존 헬파이어와 달리 폭발 없이 6개의 칼날이 튀어나오며 표적을 정교하게 제거한다는 것이다.
닌자폭탄은 작년 1월 미 국방부가 미 해군 이지스함 콜의 승조원 17명을 2000년 폭탄 테러로 죽인 자말 알바다위를 예멘에서 제거할 때 사용됐다. 2017년 2월 CIA가 알 카에다 이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를 제거한 것도 닌자폭탄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사진을 보면 알마스리가 탄 승용차엔 폭파 흔적 없이 차량 지붕에 길쭉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앞 유리에도 금이 갔지만 와이퍼는 제자리에 있을 만큼 닌자폭탄의 정확성이 정교했다. WSJ은 이 미사일이 움직이는 차량의 운전자를 죽이지 않고 조수석에 앉은 표적을 제거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미 전직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R9X 공격으로 사망한 아부 알카이르 알마스리가 사망 당시 타고 있던 차량이라며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사진./헨리잭슨소사이어티 소속 카일 오튼 연구원 소셜미디어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도 드론에 긴장
빈 라덴 등 알 카에다 지도부가 잇따라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살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일과 김정은도 '드론 포비아(무인기 공포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군의 U-2 고고도 정찰기의 대북 정찰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단순한 정찰을 넘어 드론을 통한 공격 가능성에 대한 공포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군은 드론 대응 훈련을 강화했다. 지난 2011년 11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북한 육·해·공 합동훈련 영상을 보면 김정일과 김정은이 지대공(地對空) 미사일로 상공에 떠 있는 무인항공기를 격추시키는 장면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북한도 드론의 유용성을 간파하고 개발에 나섰다. 2014년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북한이 주요 시설 정찰을 목적으로 남쪽에 띄운 드론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이중 파주에서 발견된 드론에서는 청와대를 촬영한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다만 북한의 드론 기술력은 아직 조악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락한 북한의 드론을 해부해 분석한 결과, 탑재된 엔진과 정보수집용 카메라 작동 기능은 1980년대에 제작된 수준이었다.
북한의 드론 전력화 움직임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작년 4월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드론 테러 방어용 탐지레이더 9대를 배치했다. 군은 드론 탐지가 가능한 3차원 국지 방공 레이더를 2021년까지 생산해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군 당국은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도 개발 중이다.
선진국에선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한 광섬유 레이저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아담은 10㎾, 아테나는 30㎾, 이스라엘의 아이언빔은 20㎾, 독일의 'HEL 이펙터'는 20∼30㎾ 출력의 광섬유 레이저를 사용해 1∼2㎞의 저고도로 침투하는 무인기를 요격할 수 있다.
공격용 드론으로 테러리스트를 사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한 장면. 영국 합동사령부의 작전지휘관 파월 대령(헬렌 미렌)이 드론이 촬영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영화 캡처-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