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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테크팀이 뽑은 2019 테크놀로지 10대 뉴스
    • 작성일2019/12/26 09:18
    • 조회 387

    [조선일보]

    2019.12.26

     

    조선일보 테크팀은 2019년 테크놀로지(Technology)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올해는 온통 미국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가 모든 이슈를 휩쓰는 판이었다. 인공지능이나 우주전쟁은 물론이고, 심지어 게임에서도 이들이 등장했다. 세상 모든 부(富)가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100여년 전, 석유업의 록펠러, 철강업의 카네기, 금융업의 모건이 움켜쥔 독과점 시대의 재판(再版)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테크는 반도체와 5G(5세대 이동통신)로 한편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테크팀의 1번 픽(Pick)은 그래서 5G다. 여전히 한국은 '세계 최초 기술(5G)'과 '세계 최고 기술(D램)'을 주도하고 있다. 미·중(美中) 테크 전쟁의 변방일지언정, 테크 한국은 여전히 독립 변수의 자격이 있다.
     

    5G, 한국서 닻 올렸다

    1. 5G, 한국서 닻 올렸다

    지난 4월 3일 밤 11시,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5G(5세대) 이동통신을 시작했다. 5G는 이전 기술 규격인 4세대(LTE·롱 텀 에볼루션)보다 데이터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다. 테크 얼리어답터인 한국 소비자는 5G에 빠르게 올라탔다. 벌써 398만2832명(10월 말 기준)이다. 아직 5G는 맛보기다. LTE에선 불가능했지만 5G 통신망에선 가능한 신규 서비스가 내년부터 쏟아질 전망이다. 클라우드 게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콘텐츠가 그 주인공이다. 5G의 꽃이 내년에 한국에서 개화하는 것이다.
     

    소재를 무기로 삼은 일본
    2. 소재를 무기로 삼은 일본

    일본은 지난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포토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종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일제 강제 징용공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반도체를 겨냥한 것이다. 세 가지 소재는 일본 의존도가 70%가 넘는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도 내렸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버텼다. 보유한 일본산 불화수소를 최대한 아껴 쓰면서 해당 소재의 구매처를 다양화했다. 오히려 일본 소재 업체의 실적이 나빠지는 일도 발생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소재-부품-완성품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태계를 깨뜨린 일본 정부는 이제 역풍(逆風) 앞에 서야 할 때다.

    폴더블폰 '완판 행진'
    3. 폴더블폰 '완판 행진'

    삼성전자는 9월 휘어지는 스마트폰인 갤럭시폴드를 내놨다. 본래 4월에 폴더블폰을 공개했다가 품질 문제로 한 차례 출시를 연기했다. 200만원이 넘는 고가(高價)였지만, 완판 행진을 거듭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에서는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 거래가 이뤄질 정도였다. 삼성은 내년 초 갤럭시 폴드 2를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의 독주에 중국 화웨이가 제동을 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11월 폴더블폰 '메이트 X'를 출시했다. 모토롤라도 화면을 위아래로 접는 '레이저'를 공개하고, 내년 1월 출시를 예고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 붕괴
    4. 반도체 수퍼 사이클 붕괴

    한국 반도체 업계는 올해 침울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반도체 수퍼 사이클'로 역대 최고 전성기를 누렸지만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이 폭락했고 영업이익은 대폭 낮아졌다. 작년 11월 7.19달러였던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1년 만인 올 11월 2.81달러로 급락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반 토막 났다. 하지만 적자로 전락하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는 것일까. 반도체 경기의 '바닥' 논란도 뜨겁다.

    타다와 붉은 깃발법
    5. 타다와 붉은 깃발법

    돈을 받고 차량에 태워주는 건, 오직 택시만의 영역일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2월 6일 '타다 금지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11인승 이상 카니발로 운영하는 유사 택시인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아예 퇴출시키는 법안이다.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는 1500여 대의 카니발은 모두 불법이고, 9000여 명의 타다 운전기사는 일자리를 잃기 직전이다. 테크 업계에선 1865년 영국에서 시행한 '적기(赤旗) 조례'가 회자했다. 이 조례는 당시 막 등장한 자동차를 규제하기 위해,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단 마차를 달리게 하고, 자동차는 추월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로부터 150여년 지난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 '한국판 붉은 깃발법'이 통과되기 직전이다.

    6. 게르만 민족이 된 배달의 민족

    국내 1위 음식 주문앱 '배달의 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팔렸다.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고 액수의 인수·합병이다. 10년 차 스타트업이 굴지의 대기업인 아시아나항공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예상 매각가는 2조5000억원 안팎이다. 배민은 1100만명의 소비자들이 매달 3~4회씩 이용할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아온 서비스다. 배민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에서 배달통·요기요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이 독일 기업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독과점 칼날 앞에 선 구글·애플·페북·아마존
    7. 독과점 칼날 앞에 선 구글·애플·페북·아마존

    한때 혁신의 상징이라던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이 이제는 독과점의 위험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탐욕스러운 독과점 폐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구글은 미 연방정부와 50개 주 정부에서 동시에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사용자의 데이터 수집 때 불법이 없었는지 조사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독과점의 힘을 악용해 자사 서비스의 입점 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애플은 앱스토어나 아이튠스에서 자사 앱만 우대하고, 경쟁 앱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디즈니, 넷플릭스에 도전

    8. 디즈니, 넷플릭스에 도전

    겨울왕국·알라딘·마블과 같은 세계 최고의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가 지난 11월 디즈니 플러스라는 신규 서비스를 내놨다.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월정액 동영상 서비스'다. 흔히 OTT(Over The Top)라는 분야다. 당초 디즈니는 이 시장에서 독주하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전 세계 TV 시청 시장을 송두리째 독식할 존재로 떠오르자, 아예 콘텐츠 공급을 끊고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애플도 지난달 애플TV 플러스를 내놔, 경쟁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400조원까지 커질 세계시장을 장악하려는 미국 기업 간 전쟁의 서막이다. 위협을 느낀 건, 한국 시장이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손잡고 토종 서비스 '웨이브'를 출시했다. 네이버가 한국에서만큼은 구글에 이겼던 것처럼 웨이브가 넷플릭스·디즈니·애플에서 한국 시장을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9. 라인·야후재팬 경영 통합

    지난 11월 네이버의 자(子)회사인 라인이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과 경영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라인은 일본 최대 메신저앱으로,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일본 모바일과 PC 온라인의 1위인 두 회사가 통합해, 일본 전자상거래, 간편 결제와 같은 주요 온라인 시장을 단숨에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야후재팬의 모회사) 회장의 '신의 한 수'에 세계 인터넷 업계가 탄성을 질렀다. 이번 경영 통합은 일본 내수용이라기보다, 아시아 시장에서 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인터넷 기업과 한판 승부를 치르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미·중 독주에 제동을 걸 '한·일 동맹'의 탄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화웨이 저격

    10. 미국, 화웨이 저격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15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거래 제한 기업은 미국 민간 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 미 상무부의 명령이 나온 직후 구글·인텔·퀄컴은 화웨이에 핵심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도 화웨이는 건재할까. 제한 조치 7개월이 지났지만 화웨이가 망가졌다는 뉴스는 안 들린다. 오히려 미국 기업들이 정·관계에 '예외적인 거래 허용'을 요구하는 로비를 했고, 여전히 핵심 반도체·소프트웨어가 화웨이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부러 화웨이의 심장을 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화웨이가 몰락하면 미국 기업들도 연간 수천억원~수조원어치씩 구매하던 큰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성호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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