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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에서 발 뺀 창업자 캘러닉, 서울서 '주방' 차린 이유
    • 작성일2019/12/26 09:08
    • 조회 355

    [중앙일보]

    2019.12.25

     

    '위워크 상장 실패' 후 공유경제 회의론
    우버·리프트 등 공유 차량업체 실적악화
    캘러닉, 우버와 결별하고 공유주방에 올인
    우버 지분 90% 매각…3조원 현금 확보
    '배달천국' 한국 5월부터 '심플키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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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설립자 [사진 블룸버그]

    혁신 공유경제의 다음 주자는 '주방'일까. 우버의 설립자가 회사와 결별하고, 공유주방에 모든 것을 내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24일(현지시간) 트래비스 캘러닉(43) 전 우버 설립자가 오는 31일자로 우버 이사직을 공식 사임한다고 보도했다. 캘러닉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버의 주식시장 상장이 완료된 상황에서 나의 현재 사업과 자선 활동에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캘러닉은 그동안 우버와의 결별을 준비해왔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보유하고 있던 우버 지분을 90% 넘게 팔았다. 현금으로는 25억 달러(약 2조9000억원)가 넘는다. 캘러닉의 주식 매도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우버 상장 이후 적용된 6개월의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된 직후였다. 그는 이때부터 지난 18일까지 매일 보유 주식을 처분해왔다. 보호예수기간이란 상장할 때 회사의 대주주가 일정 기간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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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주방에서 각기 다른 레스토랑의 요리사가 주방기기를 함께 사용하며 음식을 만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잘나가던 캘러닉이 왜 우버를 떠날까. WSJ는 “캘러닉이 2017년 성추문, 막말 논란 등에 휘말리며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것에 불만을 가졌다”고 뒷배경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우버 상장 기념식 때 초대도 받지 못했다.

    우버의 부진한 경영이 계속되면서 캘러닉이 일찌감치 발을 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버는 지난 2분기에는 52억 달러(약 6조원)의 순손실을, 지난 3분기에도 12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독일·스페인·인도 등지에서 택시 면허 없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며 퇴출당하는 등 전 세계에서 규제의 빗장을 거는 상황이다.

    우버의 현재 주가 역시 공모 당시(45달러)보다 30%가량 떨어진 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700억 달러에서 52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WSJ는 이같이 부진한 7개월간의 성적 때문에 수많은 초창기의 우버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드러내며 우버의 수익 창출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닉이 공유주방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우버 지분을 매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방 공유기업 ‘클라우드키친’을 세워 사업을 펼치고 있다. 클라우드키친은 배달 전문점 창업을 원하는 식당 경영자에게 공간을 임대하는 스타트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4억 달러를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닉이 출자한 2억 달러와 추가 출자액 1억 달러를 합하면 클라우드키친의 출자금은 현재 7억 달러(8148억원)에 달한다.

    공유주방 투자의 핵심은 부동산이기 때문에 확장을 위해서는 자금력이 필수다. 공유주방은 배달사업을 전제로 하는 특성상 시내에 식료품 창고와 주방 임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WSJ에 따르면 클라우드키친은 이미 10여 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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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의민족 출신 IT 인력들이 설립한 '고스트키친'은 현재 서울 강남의 삼성동과 강남역 인근에 총 40개 업체가 입점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을 두 군데 운영하고 있다. [사진 고스트키친]


    캘러닉의 혁신 테스트베드가 한국이란 점이 눈에 띈다. 일구 밀집도가 높고, 배달음식 '천국'인 한국은 공유주방 최적의 국가로 꼽힌다. 캘러닉이 공유주방 사업 아이디어를 들고 첫 해외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곳도 서울이다. 그는 지난 5월 국내 공유주방업체 ‘심플키친’을 인수하고, 서울시내 역삼·송파 등에서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캘러닉의 한국 등장에 맞서 국내 공유주방도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단순 임대업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창업 컨설팅 등과 결합하거나 제조·유통에 특화된 브랜드도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위쿡’은 1개의 주방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제조한 제품을 유통 판매까지 가능한 주방으로 첫 허가를 받았다. 위쿡은 벌써 사직점 등 공유주방을 8개로 늘렸다.

    배달이 민족 출신 인력들이 운영하는 ‘고스트키친’은 ‘발가락’이라는 이름의 통합 주문시스템을 통해 각종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받은 뒤 배달인력에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 밖에 ‘나누다키친’ ‘개러지키친’ ‘키친42’ ‘먼슬리키친’ 등 다양한 공유주방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했다.

    우버·에어비앤비가 기존 택시업계, 숙박업계 등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온 데 비해, 공유주방은 기존 경쟁업체가 없으며 오히려 관련 업계의 환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국은 일부 공유주방을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로 지정했다.

    이런 추세라면 남성 우월주의와 강압적 지시 방식 등으로 우버에서 해고된 캘러닉이 2년 만에 재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나아가 자신이 창업한 클라우드키친이 수년 안에 우버를 위협하는 극적인 반전을 맞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WSJ는 클라우드키친의 기업가치 평가액이 이미 50억 달러(약 5조8200억원)에 이른다며 공유주방의 가능성을 짐작했을 때 이 같은 평가액은 향후 수십 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의 높은 임대료 부담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제시하는 공유주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 여전히 초기 담계에 머물러 있지만, 주방·식당·창고 분야에서 공유 경제 모델이 확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원 기자 -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2963109?lfrom=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