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문화·관광 메카로…잠실 ‘하얀 코끼리’ 오명 벗는다
- 작성일2019/11/26 15:20
- 조회 391
[중앙선데이]
2019.11.23
[스포츠 오디세이] 리모델링하는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서울 잠실이 천지개벽을 한다.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와 송파구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일대 166만㎡ (약 50만평)를 동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한다. 삼성동 옛 한전 본사를 사들여 신사옥(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을 짓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는 1조7500억원의 공공기여금이 종자돈으로 쓰인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중심이자 랜드마크가 되는 곳이 31년 전 88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낙후된 스포츠 시설이 도시를 바꾸는 상징으로 거듭난다.
주변 166만㎡ 녹지공원 연계 개발 2024년 완공, 서울 새 랜드마크로
막대한 ‘세금 먹는 흉물’ 벗어나 한강을 품은 도심 허파로 재탄생
올림픽 열려도 주경기장으로 써 공공성과 함께 수익성 확보 관건
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을 위한 국제 설계공모를 했다. 김창환 서울시 동남권사업과장은 “잠실주경기장의 장소성·역사성·상징성 보존을 리모델링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가 낸 ‘공명하는 대지, 잠실’이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 작품의 특징은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존중하고, 일대를 녹지 공원화함으로써 시민과 친근하게 어울리는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것이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건축계 레전드인 고(故) 김수근 선생이 조선백자의 담백함과 유려한 선을 모티브로 설계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지붕을 80개의 콘크리트 기둥(리브)이 받치고 있다. 86 아시안게임, 88 서울 올림픽 개·폐막식과 축구·육상 등을 치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축구 A매치와 연세대-고려대 정기전 등이 열렸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덩치(7만석)와 90% 콘크리트로 이뤄진 육중함, 주차장 외 편의 시설이 없는 황량함 등으로 인해 시민에게 잊힌 상태로 늙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프로축구 2부리그 소속 서울 이랜드의 홈 구장으로 쓰이고 있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주위에 수익을 위한 상업시설과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단지 내 밀도가 높아진다. 주경기장이 존중받는 게 아니라 가려지고, 공간이 답답해질 수 있다. 그래서 단지 전체를 공원화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주경기장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녹색 구릉이 사방으로 퍼져가게끔 하고, 구릉 아래로 갤러리·오피스 등 상업시설을 배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주경기장을 빙 둘러서 폭 30m의 움푹 파인 해자를 만들어 주경기장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 공간은 야구장 쪽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되고, 좌우에 상점과 스포츠 전문시설, 휴게 공간 등이 들어서게 된다.
경기장을 밝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바꾸는 것도 설계의 핵심이다. 어둡고 육중한 콘크리트 데크를 걷어내고, 지붕도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바꿔 채광을 좋게 한다. 경기장 입구에서 관람석으로 들어가는 공간(콩코스)은 목재 천장과 조경을 가미해 경기가 없는 날에도 시민들이 산책하고 담소하는 공간으로 꾸민다. 관람석을 7만석에서 6만석으로 줄이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기준에 맞춰 다음에 올림픽이 열려도 주경기장으로 쓸 수 있게 한다. 야구장은 주경기장 왼쪽, 한강변 쪽으로 옮겨 3만5000석 규모로 새로 짓는다.
주경기장이 한강과 탄천을 품는 것도 큰 변화다. 그동안 한강은 올림픽대로, 탄천은 탄천로에 막혀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기 어려웠다. 해당 구간의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해서 주경기장에서 한강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하고, 탄천에도 보행교를 놓아 삼성동∼주경기장을 오갈 수 있게 했다. 주경기장 리모델링이 2024년에 끝나면 이곳은 서울시민 모두가 언제나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의 허파 같은 파크가 될 것이다.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가꿔나가야”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조감도. 주경기장이 돋보이게 주위에 해자를 팠고, 올림픽대로를 지하화 해 주경기장에서 한강까지 걸어갈 수 있다. [사진 서울시]
- 정영재 기자 -
https://mnews.joins.com/article/23639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