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K-방산`…반도체 잇는 수출산업 날개 편다
- 작성일2019/11/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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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9. 11. 15.
K9 자주포·훈련기 T-50등…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무기 AI·빅데이터 R&D로 도약채비
업계 평균 영업익 4%대 그쳐 납품차질에 따른 배상책임 등 불합리한 규제가 기업들 발목
절충교역 축소 예고도 우려
50조1527억원.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 규모다. 이 중 무기 구입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는 16조6915억원이다. 정부는 매년 전체 국방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액을 무기 구매에 투입하고 있다. 전체 국방예산 중 방위력개선비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국내 방위산업계는 이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산업연구원의 방위산업 통계에 따르면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주요 방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를 원인으로 꼽는다. 지체상금(납품지연 배상금)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이 방산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방산업체 대부분은 정부나 군이 요구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납품한다. 문제는 무기 연구개발(R&D) 또는 생산 차질 등의 이유로 납품이 지체되면 개발 업체가 정부에 지체 일수만큼 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무기 개발·양산에 나섰다가 자칫 잘못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LIG넥스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1.8% 줄어든 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인해 LIG넥스원이 물게 된 80억원(업계 추정) 등 총 100억여 원의 지체상금이 손실충당금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폭발사고로 한화 공장 가동이 중지되면서 부품을 제때 조달받지 못해 생긴 납품 차질에 대한 책임을 LIG넥스원이 지게 된 셈이다.
현대로템은 2014년 12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약 1조원 규모의 K2 전차 개발 사업을 수주했지만 납기가 늦어져 현재 1500억원가량의 지체상금을 두고 방위사업청과 귀책사유를 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납품이 왜 늦어지는지 제대로 따져 보지 않고 기업에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방산업계는 정부의 절충교역 축소 움직임도 우려하고 있다. 절충교역이란 해외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무기 구매 금액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규모만큼 국내 방산업체들에 하도급을 주거나 기술이전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록히드마틴이 2015년 18조원 규모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KAI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에 전문 기술인력을 지원하고 전투기 설계 기술자료 등을 제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보잉이 2002년 5조4000억원 규모 공군 차기 전투기(FX) 1차 사업 공급 업체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그 대가로 국내 방산업체에서 일부 비행기 부품을 납품받았다.
국방부는 이러한 절충교역을 `산업 협력`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의무 조건`이 아닌 `권장 사항`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절충교역을 폐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절충교역에 따른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혜는 연평균 7000억원에 달한다. 방사청의 2019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간 국내 업체들의 절충교역 수혜 금액은 총 29억7000만달러(약 3조455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기업이 부품 제작 및 수출 항목에서 얻는 수혜 금액은 7억5530만달러(약 8788억원)에 달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상당수 방산업체가 절충교역을 통해 전체 매출의 20~30%에 달하는 이익을 얻고 있다"며 "절충교역이 권장 사항으로 바뀌면 국내 업체들이 얻는 수혜는 줄어들고 오히려 인도 이스라엘 등 제3국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이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역으로 보면 개척할 무궁무진한 시장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018 세계방산시장연감에 따르면 세계 1000대 방산업체 매출은 3700억달러(약 430조원)로 추산된다. 내년 정부 국방예산의 8.6배에 달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고쳐 방산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방산업계는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력에서 경쟁력을 갖춰 나간다면 방산 분야는 반도체·조선 등을 잇는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만만치 않은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KAI는 국내 최초 기본훈련기 KT-1을 시작으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 KUH-1 등 다양한 국산 항공기를 개발·생산하며 항공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국산 완제기의 수출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2011년 인도네시아 수출을 필두로 지금까지 터키, 페루, 이라크, 필리핀, 태국, 세네갈 등 7개국에 KT-1과 T-50 148대, 약 4조원(약 36억달러) 규모의 항공기를 수출했다.
한화디펜스도 독자 기술로 개발한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여러 국가로 수출하며 대한민국 방위사업 분야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9월 호주 정부의 미래형 궤도장갑차 획득사업(Land 400 Phase 3)에서 `레드백`이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와 함께 최종후보 장비로 선정되며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한화디펜스는 대공유도무기 비호복합, 차륜형장갑차 타이곤 등을 수출형으로 개발 완료하며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접목을 통한 미래지능형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드론 통합관제시스템, 드론 무선충전시스템, 드론 탐지 레이더 등을 개발해 육군의 5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인 드론봇 전투체계의 통합 운용 방향을 제시해나가고 있다.
(주)한화는 추진체, 신관, 화약 등 국내 정밀탄약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전력화된 230㎜급 다연장 `천무`를 업체 주도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국내 무기체계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신예 K2전차를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차륜형장갑차와 장애물개척전차 등 다양한 방산 제품들을 개발해 지상무기체계 선도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보병지원용 무인차량 등 관련 연구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미래 방산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지상무기체계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 노현 기자 / 원호섭 기자 / 송광섭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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