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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산업계 수익성 악화 골머리…5대 기업 영업이익률 4.3%로 추락
    • 작성일2019/11/13 09:43
    • 조회 397

     

    [조선비즈]

    2019. 11.12

     

    미사일, 레이더 등을 생산하는 LIG넥스원 (32,600원▼ 200 -0.61%)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1.62%를 기록했다. 매출은 1조4775억원에 달했는데 영업이익은 240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방위산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기업이지만,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7.3%(한국은행 기준)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익성 지표다.

    국내 방산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방위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 (38,150원▲ 50 0.13%)(KAI),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지상방산(올해 1월 한화디펜스와 합병) 등 5대 방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3%를 기록했다. 2015년 5.6%에서 2017년 2.9%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개선됐다. 국내 방산 물량 70%가량을 소화하는 10대 기업의 방산 부문 총 매출을 보면 2016년 11조38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10조3800억원으로 무려 1조원이 줄었다.

    ◇ 지체상금, 원가보상제 부작용…수익성 악화 원인

     

    전문가들은 방산업계의 수익성 악화 이유로 지체상금(납품지연 배상금)과 방산원가보상제도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을 꼽는다.

    국내 방산업체 대부분은 정부나 군이 요구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납품한다. 문제는 무기 연구개발(R&D) 또는 생산 차질 등의 이유로 납품이 지체되면 개발 업체가 정부에 지체 일수만큼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체상금은 업체 입장에선 뼈아픈 부분이다.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무기 개발·양산에 나섰다가 자칫 잘 못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16,250원▼ 100 -0.61%)은 2014년 12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약 1조원 규모의 K2 전차 개발 사업을 수주했지만 납기가 늦어져 현재 1500억원가량의 지체상금을 두고 방위사업청과 귀책사유를 따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지체상금을 계약금의 최대 30%로 제한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새로운 무기 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 첫 양산 품목은 지체상금 상한선을 10%로 규정했다. 기존에는 상한선이 없고 지체 일수가 늘어날수록 지체상금이 불어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단순히 지체상금에 상한선을 두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납품이 왜 늦어지는지 제대로 따져 보지 않고 기업에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기업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며 소송을 걸고 법정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확한 납품을 위해 만든 제도가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납기를 늦추게 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X. /박용선 기자

     

    정부나 군을 상대로 하는 방산업 특성상 기업이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없는 정부, 사업자 간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방산업 육성 차원에서 업체가 무기를 생산했을 때 들어가는 원가에 일정 이윤을 더해 납품단가를 책정하는 방산원가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새로운 무기를 개발, 생산하는데 100만원이란 비용을 들였다면 정부는 최소 100만원 이상으로 이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이 무기 개발·생산 비용을 절감한 만큼 수익도 줄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용을 늘리는 게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은 "방산원가보상제도는 기업에 리스크가 있는 새로운 첨단 무기 등을 개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이미 개발 능력과 생산 노하우 등을 지닌 기업에 적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며 "쉽게 말하면 개발·양산에 성공한 무기 분야라면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정부 의존 경향 강해"

    정부와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는 방산업체의 역량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국내 방산업계의 매출 중 내수 비중은 약 85%에 이른다. 정부 국방 예산에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10대 방산 업체의 지난해 수출은 1조7000억원으로 2016년 2조3000억원과 비교해 26% 줄었다. 반면 정부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 무인기 등 해외 무기 수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해외 무기 도입 지출액은 전체 방위력 개선비(13조5000억원)의 약 30%에 달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국내 방산업체 대부분은 지금까지 정부 자금 지원 등으로 성장했다"며 "정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고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방산업체와 비교해 자금, 인력, 기술 등 모든 면에 서 뒤처진다"고 꼬집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내수보다 영업이익률이 약 2~3배 높다는 것을 업체도 잘 알고 있지만 무기를 해외 정부, 군에 판매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돈이 있는 국가에는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 방산업체가 진출해 있고 동남아시아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한국 방산업체의 전략 중 하나인데 이런 시장도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 박용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