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 한반도 영해 수호할 ‘스마트 군함’이 떴다
- 작성일2019/10/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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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9. 10. 26.
▲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국제 조선해양 대제전에서 관람객들이
개발 중인 신형 무기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30년대 한반도 해역을 지킬 ‘스마트 함정’ 건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070년대까지 일선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함정 건조 사업을 수주하면, 최대 50년 동안 관련 사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경쟁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이같은 구도는 지난 22~25일 부산 백스코(BEXCO)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마덱스)에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마덱스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방위산업체와 조선소들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선체와 전투체계를 비롯한 전자장비를 앞다투어 소개하며 자사의 역량을 적극 홍보했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해상무기와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들도 등장, 국내외 군과 업체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 대우조선해양이 선보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모델. 고도의 스텔스 성능을 추구했다.
부산=박수찬 기자
◆ “7조원 해군 시장을 잡아라”
지난해 12월 26일 제11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내 개발 방안이 의결된 8000t급 KDDX는 개발비 1조6000억원, 건조비 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무기도입 사업이다. 최신 IT 기술을 적용하고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와 전투체계 등 주요 핵심장비를 국산화한다. 방산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선행연구 용역 경험 등을 토대로 만든 KDDX 모형을 전시했다. 스텔스 성능 강화를 위해 레이더와 통신기 등을 한데 묶은 스텔스형 통합마스트와 수직발사기 64셀(함수 48셀, 함미 16셀), 대함미사일 16발과 127㎜ 함포 등으로 무장한다. 헬기는 1대를 탑재한다.
대우조선해양측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시작될 KDDX 기본설계 사업에서 2016년 당시 차세대 첨단 함정 건조가능성 검토 연구용역과정에서 검토한 3개 선형 중 일부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전통적 형태의 선형과 함께 미 해군 줌월트급 구축함과 유사한 선형, 삼동선형을 연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줌월트급 선형은 항해 도중 선체 주변의 유속 흐름 통제에 도움이 되지만 함수 부분 공간활용이 어려워 선체 길이와 높이가 늘어난다. 삼동선형은 국내에서 건조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추진체계는 전기추진 또는 하이브리드 체계를 제안할 예정이다.
▲ 현대중공업이 제안하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모델. 연돌과 선체를 일체화하는 등
기존 함정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부산=박수찬 기자
현대중공업은 차기 이지스함과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건조 경험을 토대로 KDDX 설계를 제안했다. 제안하는 선형은 세 가지로 대우조선해양과 큰 차이가 없으나 연돌과 선체를 일체형으로 만들고, 대함미사일 발사관을 내부에 수납했다. 통합마스트 제작과 관련해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상부에 장착되는 복합형 센서 마스트 제작사인 한화시스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한화시스템과 LIG 넥스원은 내년부터 시작될 KDDX 전투체계와 통합마스트 개발 사업을 놓고 경합할 태세다. 이 사업에 투입될 예산만 8000억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막대한 규모라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두 회사가 제안한 통합마스트는 마스트 하부에 수백㎞를 탐지할 수 있는 대공감시용 S밴드 레이더, 상부에는 대공 및 수면 위의 잠수함 잠망경 등을 감시할 X밴드 레이더를 장착한 컨셉은 동일하나 세부 사항에서는 차이가 있다.
▲ LIG 넥스원이 제안하는 통합마스트. 한화시스템과 달리 상부 구조물을 45도로 꺾어서
설치했다. 부산=박수찬 기자
한화시스템은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의 복합형 센서 마스트를 확장한 일체형 통합마스트를 제안중이다. 전자전장비와 적외선탐지추적장비,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S밴드, X밴드), 통신용 안테나와 피아식별기 등으로 구성된다. 한화시스템측은 “국내 최초로 함정용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를 마스트 상부 4면에 장착해 전투체계에 통합했으며, 전파관리 알고리즘도 2012년 개발하는 등 관련 경험을 축적했다”며 “X밴드 레이더는 한국형전투기(KF-X)에 장착되는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투체계는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용 시스템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승조원은 3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콘솔에서 무장, 항해, 지휘 통제 관련 정보와 레이더에서 탐지한 정보, 무인수상정 운용 정보 등을 함께 접한다. 3개의 화면을 효율적으로 관찰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갖춰져 있다. 탄소섬유로 제작한 콘솔은 철제로 만든 기존 콘솔에 비해 무게가 3분의 1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가볍다. KDDX 전투체계는 이 시스템에 탑재될 인공지능 등을 통해 승조원의 의사결정과 정보판단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 한화 방산계열사(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부산 BEXCO에서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국제 해양방위산업전(MADEX) 2019'에 참가한다고 22일 밝혔다.
연합뉴스
LIG 넥스원의 통합마스트는 전자파 간섭을 피하기 위해 상부 부분을 45도로 틀어 하부와 다른 각도에서 탐지하도록 제작됐다. 레이더와 통신기, 전자전장비(ESM, ECM)를 통합한 것으로 외부에 공개된 것 이외에 세 가지 형태의 통합마스트 디자인을 더 갖고 있다.
LIG 넥스원은 KDDX 전투체계 개발에 첨단기술을 대거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2070년까지 쓸 KDDX인 만큼 첨단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광학 및 열영상카메라를 4면에 장착해 승조원들의 관측을 돕게 된다. 지난해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비행 사건처럼 1990년대 기술에 기반한 현재의 군함은 구조작업을 하던 도중 접근하는 고속함정이나 항공기 대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KDDX 전투체계는 구조작업과 고속함정 또는 항공기 대응이 동시에 가능하게 된다.
LIG 넥스원 관계자는 “광개토대왕급 3척과 청해부대에 파병된 대조영함을 제외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5척에 최대 6개월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영상저장장치를 지난 상반기에 장착했다”며 “척당 6000만원이 소요됐으며, 대조영함도 곧 장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 바이어를 사로잡아라” 치열했던 수주 경쟁
이번 마덱스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해군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가, 국내외 업체들이 전시한 함정과 유도무기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t급 수출용 호위함과 잠수함을 선보였다.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함미에 탑재할 수 있는 장비를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무인체계와 예인소나, 고속단정 탑재가 가능하다. 76㎜ 함포와 근접방어기관포, 수직발사대 8~16셀을 갖추게 된다.
2000t급 잠수함은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잠수함에 공기불요추진장비(AIP)와 예인소나를 추가하고, 잠항타 위치를 바꾼 형태다. AIP를 탑재하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도 최대 2주 안팎까지 잠항이 가능하다.
▲ 현대중공업이 선보인 HCX-19 미래 컨셉함은 첨단 기술을 집대성한 것으로 레이저포 등이
장착될 예정이다. 부산=박수찬 기자
현대중공업은 HCX-19라는 함정을 소개했다. 3800t급으로 미래 첨단기술을 적용한 일종의 컨셉함인 HCX-19는 2030년대 이후에 쓰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독자 설계한 함정이다. 레이저포와 76㎜ 함포를 탑재하며 무인기 2대가 이륙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했다. 함상에 설치되어 있던 어뢰발사관과 대어뢰시스템은 선수 아래 부분으로 이동했다. 함미 아랫부분에는 드론이나 무인수상정 또는 컨테이너 4개를 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추진체계는 전기추진형으로 28~30노트 속도를 목표로 한다.
한화시스템은 미사일에 장착되는 탐색기를 소개했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일부인 L-SAM에 적용될 Ka밴드 탐색기는 북한의 전자전 시도를 회피하면서 적 미사일을 정확히 포착, L-SAM이 미국제 패트리엇(PAC-3)처럼 적 미사일을 직접 파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내년에 체계개발을 시작해 2025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밀리미터파 Ka밴드 복합모드 탐색기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을 주관한다. 능동, 수동 모드를 모두 갖춘 이 탐색기는 ‘항공모함 킬러’인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과정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수직 강하하는 대함 탄도미사일의 가장 큰 단점은 정확도다. 항공모함같은 해상 표적은 이동을 하는데다 바다에서 반사되는 클러터(원치 않은 전파 신호)와 표적을 탐색기가 구별하지 못한다.
복합모드 탐색기는 해상표적과 바다의 온도차를 이용해 표적의 모양을 확인하고 정보를 수신한다. 이 탐색기를 탑재한 대함 탄도미사일은 고도 30㎞ 상공에서 복합모드 탐색기의 능동 모드가 가동돼 표적을 찾는다. 종말단계에서는 수동, 능동 모드를 함께 가동해 해상표적을 탐지, 공격한다.
LIG 넥스원은 내년부터 실전배치될 범상어 어뢰와 해궁 함대공미사일 등을 선보였다. 최대사거리가 50㎞인 범상어는 선유도 어뢰로 손원일급과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 탑재된다. 장보고급 잠수함은 개량작업이 끝나면 운용이 이뤄질 예정이다. 최고속도가 60노트에 달해 핵잠수함 공격도 가능하다.
▲ 내년부터 실용화될 범상어 어뢰를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부산=뉴시스
20㎞ 떨어진 항공기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해궁은 오는 12월 군과 양산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천왕봉급 상륙함 등에 탑재될 예정이며,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무기다. LIG 넥스원 관계자는 “해궁을 고정식 지상발사형으로 개조하면 주요지역 드론 방어용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박수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