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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길 먼 원전 안티드론…궂은 날씨에 장비 '삐끗'
    • 작성일2019/10/02 09:36
    • 조회 387

    [연합뉴스]

    2019. 10. 01.

     

    레이더 제 성능 발휘 못 해 탐지 실패하기도…"비, 해무 탓"
    한수원 "재밍건 어느 정도 성능 확인…나머지 연구 더 필요"

     

    재밍건을 쏘는 모습

       재밍건을 쏘는 모습[차근호 기자]

     

    1일 오후 국가 중요 보안 시설인 원자력발전소에서 '안티드론' 구축을 위한 실증 실험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방어 체계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체육시설 옥상에서 열린 드론 실증시험장.


    한수원과 국토부가 2016년부터 추진한 드론 방어 체계 구축 장비를 시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부 기관과 STX, 한화시스템 등이 규제 샌드박스 사업의 하나로 개발한 안티드론 장비들이 실제 국가 보안 시설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목적으로 진행됐다.


    첫 시험은 고리본부 바로 앞 체육관 주변에서 뜬 불법 드론이 원전으로 침투하려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중국 DJI사 제품으로 크기 36㎝짜리 드론이 쓰였다.


    불법 드론이 비행을 위해 조종사와 접속하자마자 실증 시험장에 설치된 'RF 주파수 탐지기'가 이를 탐지해냈다.


    기술설명을 맡은 STX 김보람 차장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드론이 80m 이상만 올라가도 내가 날린 드론도 찾기 어렵다"면서 "맨눈으로 경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탐지 장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론을 확인 후 재밍건을 쏘는 모습

       드론을 확인 후 재밍건을 쏘는 모습[차근호 기자]


    실증실험단 관계자는 곧바로 불법 드론 주파수를 교란하는 재밍건을 발사했다.


    그러자 교란당한 드론은 공중에서 길을 잃고 멈춰 섰다.


    김 차장은 "사용된 재밍건은 특정 방향으로 전파를 교란하는 지향성 장비로 2㎞ 떨어진 거리까지 전파 교란이 가능하다"면서 "어디까지 쏠지는 출력 조절이 가능하고, 여러 대의 드론이 침입할 경우에는 무지향성 재밍건을 이용해 360도로 쏘아 방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맨눈으로 드론이 보이지 않더라도 탐지된 방향과 위치대로 재밍건을 발사하면 전파 교란을 성공할 수 있다"면서 "발사 반경이 고주파의 경우 30도 정도로 나가기 때문에 대충 방향이 맞으면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드론이 강제착륙하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폭탄이 매달려 있을 경우 강제착륙 시키면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돌려보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증 실험에 사용된 레이더

       실증 실험에 사용된 레이더[차근호 기자]


    실증실험은 첫 시연 이후로는 '삐끗'하는 모습이 잇따라 연출됐다.


    두 번째 시험은 원전에서 2.3㎞ 떨어진 임랑 방파제에서 침투하는 드론을 레이더를 이용해 포착하고 주파수를 교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험팀 착오로 드론은 임랑 방파제가 아니라 바다 쪽에서 침투하는 돌발 상황이 펼쳐졌다.


    그런데도 시험팀은 레이더가 드론을 탐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레이더 장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김 차장은 "야구공 크기 물체를 3㎞ 반경까지 탐지할 수 있는 장비로, 날씨가 좋을 때는 곧바로 탐지해 냈지만 오늘 비가 내리고 해무가 끼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면서 "실증시험 시연을 위해 장소를 옥상으로 옮기면서 불안정한 전원공급 문제로 장비가 3차례 셧다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비로 인해 실험팀이 준비한 탐지 장비 중 한대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법 드론은 탐지가 되지 않았음에도 고리본부로 침투하지 못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김 차장은 "드론이 조종자와 4㎞까지 떨어져도 비행이 가능한데 한데 고리원전 주변은 고압선 등 전파간섭이 많아 짧으면 1㎞ 이상 비행하기 어려운 점도 관찰됐다"면서 "드론뿐 아니라 방비 장비도 제약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고리원전 송전선로

         고리원전 송전선로[촬영 조정호]


    이 실험은 결국 다시 준비 시간을 가진 끝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 드론이 침투하고 이를 1.5㎞ 떨어진 거리에서 전파교란 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한수원 비상계획실 이병석 차장은 "재밍건은 어느 정도 성능을 보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탐지 장비나 다른 장비 부분에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수원 측은 향후 여러 차례 실험과 성능 평가를 거쳐 적합한 장비가 개발된다면 해당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고리원전은 육군 53사단에서 방어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안티드론' 장비는 없는 상황이다.

     

    주파수 탐지 장비

       주파수 탐지 장비[차근호 기자]


    군용 레이더는 저주파용으로 작은 물체 탐지가 어렵다.


    한화시스템 한 관계자는 "드론 탐지 장비는 초고주파 탐지 장비로 해상도가 저주파보다 많이 뛰어나 작은 물체 탐지에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저주파용처럼 탐지 거리가 멀지는 않다"고 전했다.


    어느 정도 효과를 입증한 전파교란 기술이 원전 안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여부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한수원 측은 "전파 교란 장비 사용은 현재 불법인데 법이 개선된다면 원전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도입 전 면밀한 파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에서는 현재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는 원전 주변 18㎞ 반경 비행 금지 구역을 3.6㎞로 축소하고, 대신 위법행위 적발 시 중하게 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차근호 기자 -

    https://www.yna.co.kr/view/AKR20191001165300051?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