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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자의 무기 드론, 3만4000배의 가성비
    • 작성일2019/09/17 09:50
    • 조회 341

    [매일경제]

    2019. 09. 16.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리야드 로이터, 연합뉴스

         ▲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리야드 로이터, 연합뉴스

     

    가난한 자의 무기인 드론의 공격에 '오일 머니' 부국이자 지난해 세계 3위의 국방예산(676억달러·약 68조원)을 쓴 사우디아라비아가 패닉에 빠졌다. 지난 14일 아브카이크의 생산시설을 공격당한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은 반 토막이 났고 하루에 5000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드론 공격의 주체임을 주장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앞서 2018년 7월에도 사우디 국영 정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 후티 반군은 삼마드-1이라는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공격을 감행한 드론도 삼마드-1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삼마드-1과 같은 성능의 무인기를 제작하는 데 2000만원은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이 이번 아브카이크 생산시설 공격에 드론 10대를 동원했다고 알려졌다. 사우디가 국방예산으로 구입한 무기가 이번 드론 공격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안보라는 무형의 가치는 후티 반군이 드론 10대, 약 2억원을 들여 감행한 공격에 무너져 버린 셈이다. 사우디 국방예산 68조원과 비교해 보면 3만4000배의 가성비를 보인 것이다.


    후티 반군 같은 소규모 무장단체들은 이미 가성비 높은 공격 수단에 눈을 돌려왔다. 특히 비정규전의 특성상 사회 혼란과 상징적 파괴라는 효과를 가져오는 데는 드론만 한 무기가 없었다. 사우디가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에 연달아 당한 것은 드론이 '비대칭 무기'의 특성을 지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드론이 주요 위협 수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다. 2006년에 권용수 국방대 교수는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지에 실린 '공중·미사일방어의 네트워크 중심 전장관리체계 발전방안'에서 "동일 비용으로 1~2개의 첨단 항공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량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 등 무인체계를 선호할 것"이라면서 "특히 UAV는 고정익 항공기에 비해 기동성이 뛰어나고 소형화가 가능하고 획득이 용이하기 때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북한의 드론 때문에 나라가 들썩한 적이 불과 4년여 전이다. 2014년 4월에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을 저고도로 날아간 것이 뒤늦게 밝혀져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 드론이 고장을 일으켜 파주에 추락했고 우리 정보당국이 회수해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청와대 상공을 지나간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군은 드론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소형이었다며 드론 탐지용 레이더를 국외에서 도입했다. 이후 북한은 간헐적으로 드론을 내려보내며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등 남한 곳곳에 있는 주요 시설물을 민간에서 쓰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갔다.


    북한 무인기도 가성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했다. 북한의 드론은 제작비가 2000만~4000만원 선으로 분석됐다. 파주에서 2014년 발견된 것은 캐논 550D 카메라에 24㎜ 렌즈를 사용했고 같은 해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은 니콘 D800 카메라를 달고 있었다. 북한의 드론이 사용한 엔진은 체코제 4행정 휘발유 엔진이었다.


    민간용 부품으로 만든 군용 드론이라는 현실은 전쟁 양상이 정규전과 비정규전이 혼합된 하이브리드전이 벌어지는 한 단면이다. 하이브리드전은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고 실제 군사공격인지 폭발사고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국가 핵심 시설과 군용 시설은 드론의 공격에 대비하는 장비와 시설 등을 갖춰 나가고 있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중요 시설들은 드론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이 드론 때문에 제한받을 수 있는 군의 공항에는 드론 탐지 및 격추를 위한 체계가 마련돼 있다"면서도 "영국 히스로 공항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드론 때문에 폐쇄된 것을 보면 민간 시설도 드론 대비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기존 레이더와 대공포의 성능을 개량해 드론 탐지 및 격추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레이저를 발사해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무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드론에 고출력 빛에너지, 즉 레이저를 조사(照射)해서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주)한화를 광섬유 레이저 대공무기 시제 개발 업체로 선정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은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해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아담은 10㎾, 아테나는 30㎾, 이스라엘의 아이언빔은 20㎾, 독일의 'HEL 이펙터'는 20∼30㎾ 출력의 광섬유 레이저를 각각 사용한다. 이들은 모두 1∼2㎞의 저고도로 침투하는 무인기 요격용이다.

     

    - 안두원 기자 -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19/09/26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