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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산업 성패, 기술 축적에 달렸다
    • 작성일2019/07/25 09:29
    • 조회 350

    [문화일보]

    2019.07.24.

     

    김유단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전 한국항공우주학회장

     

    수많은 산업 중에서 항공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지향의 첨단산업이다. 선진국 중에서 항공산업을 소홀히 하는 나라가 없을 정도인데, 최신 기술이 집약된 항공산업이 전후방으로 연관된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개발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과 큰 비용이 투입되며 수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과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고 있는 항공시장에 도전해 성공한 국가로 브라질을 꼽을 수 있다. 브라질 정부는 1940~1950년대에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소 체제를 정비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프랑스 항공기를 역설계해 자체적으로 10인승 항공기를 개발했으며, 항공기를 생산하기 위해 국영기업을 설립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산 훈련기 개발을 시작했다.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또한, 항공기 제작사의 해외 수입품에 대한 면세 및 참여자본에 대한 최소 소득세 적용 등의 세제 지원, 정부의 항공기 주문과 국내선 항공망 신규 노선 신설을 통한 민간 항공기 수요 창출, 기술 습득 및 공동 개발을 위한 이탈리아와 미국 항공사와의 협정 체결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렇게 시작한 브라질의 항공산업체인 엠브라에르는 오늘날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어 캐나다의 봉바르디에와 세계 3~4위를 다투며 중형 항공기 시장의 강자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주효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항공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항공 관련 기술에 대한 축적 지향의 조직과 사회를 만들어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도전과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다.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고 행정적인 처벌과 제재가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연구·개발 분야에서 발생하는 성실 실패를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창조적 축적을 위한 열린 자세와 의식을 가져야 하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실패를 용인하고,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자 노력하는 조직과 사람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군용기 개발 중심의 방위산업 형태로 성장해 왔다. 우리의 방위산업 분야는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육성되고 있기에 도전과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가 더욱 강하다. 그러나 오늘도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자주국방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고 있다. 안보에 기여하는 방산물자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경남 사천에서 우리가 개발한 소형 무장헬기(LAH)가 첫 번째 비행에 성공했다. 비록 짧지만 지난 30년간 꾸준하게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에서 이보다 더 크고 기쁜 뉴스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200여 국가 중에서 헬기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10여 개국에 불과하다. 헬기보다 고정익 전투기를 만드는 국가가 더 많을 정도로 헬기는 기술적인 난도(難度)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나라에서 헬기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성실과 의지로 묵묵하게 노력한 수많은 관계자와 엔지니어의 노고가 있었기에 첫 번째 비행이라는 쾌거가 가능했다. 앞으로 일련의 시험비행을 마치고 일선 부대에 배치돼 우리의 하늘을 굳건하게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24010337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