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관광 산업: 한국인은 일본에서 돈을 안 쓰는가?
- 작성일2019/07/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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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ITS Tours!: IT & Smart Tours]
2019. 1. 21.
점점 관계가 개선되는 남북관계에 따라 동북아 지형에서 소외되고 있는 일본의 극우 세력은 헤게모니를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해서 한국에 대한 공격을 일삼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최근에는 떼쓰기에 가까운 레이더 문제까지요. 그러면서 '한국인의 일본 무비자 방문 폐지' 같은 극단적인 대처를 계속해서 운운하고 있는 마당입니다. 상식적으로 이건 외교적, 경제적 자살행위라서 절대로 일어날 일이 없는 극우들의 뇌내망상이긴 합니다만, 이들 주장의 근거는 '한국인은 일본에서 돈을 안 쓴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1인당 여행 지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확실히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어차피 한국인이 와도 돈을 안 쓰는데 못 오게 해봤자 타격이 적다'는 것입니다. 얼핏 들어보면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통계의 한 면만 본 것일 뿐입니다. 이 데이터만을 가지고 한국인들이 돈을 안 쓴다고 하면 날조입니다.
한국은 소비액에서 대만에 아주 근소하게 앞선 2위입니다. 전체의 13%니 이게 반으로만 줄어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1인당 소비액은 적을지 몰라도 그만큼 한국인이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중국인에 이어 큰 차이로 2위입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정말 '한국인은 일본에서 돈을 안 쓰는 것'이 사실일까요? 다시 말해서, 한국인 한 사람이 쓰는 돈은 정말 적은데 그저 머릿수로만 커버한다는 것일까요?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방일 한국인의 1인당 소비액수가 낮은 것은 그저 체류 일수가 짧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1명이 일본에서 소비하는 1박당 액수는 평균에 비해서 오히려 높습니다.
즉 한국과 일본이 워낙 가깝고 항공료도 싸다 보니 짧게 자주 왔다갔다 하므로, 낮은 1인당 소비액수는 그로 인한 착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대신 그만큼 방문객 수가 더 많고 방문 횟수도 더 많지요. 중국의 압도적인 소비성향은 따라갈 수가 없겠습니다만 이것은 중국인들이 일본에서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명품 등을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고, 또 중국 사람들은 한국에 와도 면세점을 싹쓸이하는 건 마찬가지기도 합니다. 결론은 한국인들은 일본에서 딱히 돈을 덜 쓰는 게 아니고, 오히려 평균보다 많이 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도 한국 방문시에 똑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그저 1인당 지출액만 두고 보면 가장 덜 쓰는 나라입니다만, 일본인들 역시 한국 방문을 매우 짧게 하는 편이므로 1인 1박당 지출액을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평균보다 약간 높습니다. 한국인의 일본 방문시 지출액과 비슷한데, 마찬가지로 일본인에게도 한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오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인이 한국에서 돈을 덜 쓴다'고 하면 짧은 방문 기간의 착시 효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일본인은 한국에 그렇게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전체 소비 액수 통계에서 한국이 일본에 주는 수준의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은 일본 전체의 통계입니다. 사실 도쿄나 교토같은 주요 관광지에서는 한국인이 많이 줄어도 큰 타격이 없을 것입니다. 한국인이 아니라도 많이 가니까요. 그러나 한국인들은 일본의 지방 소도시에도 많이 갑니다. 한-일 전면 항공 자유화에 따라 LCC들이 수많은 일본 지방 공항들에 속속들이 취항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는 한국인이 아니면 거의 가지 않는 곳들도 꽤 많습니다.
대마도에 위치한 이즈하라항, 히타카츠항은 거의 100% 한국인만 오는 곳이고, 이외에도 키타큐슈, 오이타, 나가사키, 쿠마모토 등 규슈의 지방 공항이나 항구는 물론 심지어 후쿠오카 공항까지도 한국인들이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대마도와 규슈 섬의 외국인 관광 산업은 사실상 한국인들이 다 먹여살린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오이타 공항이나 키타큐슈 공항은 한국 LCC 없이는 그냥 국내선 공항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일본 무비자 입국을 막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만약 한국인들의 비율이 각 지방에 고르게 퍼져 있었다면 충격이 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규슈 지방의 한국인 의존도가 매우 큰 상황에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해 버린다면 그날로 규슈의 관광 산업은 단번에 무너져 버립니다. 그렇잖아도 비용에 민감한 LCC 여행객들이 비용도 시간도 귀찮음도 들여서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뭐하러 일본에 가겠습니까? 대만이나 홍콩같은 곳으로 더 눈을 돌리겠죠. 물론 무비자 입국 제한을 한다고 일본에 가는 한국인 관광객이 그날로 0이 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20-30%는 쉽게 빠질 수 있고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자연히 규슈 지방의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은 명백한 일입니다. 이 지방에서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지출액 비율은 13%가 아니라 50-60%까지도 갈 수 있으니까요. (대마도는 거의 100%겠고요.)
결국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는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지 않을 것입니다. 워낙 극우들의 세력이 크기 때문에 '결코'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만, 아무리 아베 정권이 극우몰이로 인기를 얻고 있어도 스스로가 밀어붙이던 경제 성장 정책을 멈출 바보짓을 제정신으로는 하진 않을 것입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대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언제나 있던 공염불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