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의 근본 문제는 신뢰 상실...업체가 ‘갑’의 위치에서 협업 가능해야
- 작성일2019/06/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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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2019. 06. 05
▲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국방위 여·야 간사인 민홍철·백승주 의원과 함께 주최한 ‘방위산업 혁신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제공=미래실용안보포럼]
‘미래실용안보포럼’ 주관 세미나에서 다양한 ‘민군협업 거버넌스’ 방안 제시
[뉴스투데이=김한경 국방전문기자] 위기의 한국 방위산업이 당면한 근본 문제는 정부와 방산업체 간 신뢰 상실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려면 업체가 '갑'의 위치에서 협업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국방위 여·야 간사인 민홍철·백승주 의원과 함께 주최하고 ‘미래실용안보포럼’이 주관한 ‘방위산업 혁신 세미나’가 열렸다.
“무너지는 방위산업, ‘민군협업 거버넌스’로 극복해야”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이날 세미나는 김용현 포럼 수석부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길병옥 충남대 교수가 ‘민군협업 거버넌스와 방위산업 활성화 방안’을, 서우덕 고려대 교수가 ‘한국방위산업의 경쟁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길병옥 교수는 “방산업체가 매우 어려운 여건임에도 무너지지 않고 무던히도 잘 견딘다”며 선진국의 사례를 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 방산 활성화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특히 “산·학·연이 연계된 민군기술협력 증진이 필요하고, 유망 미래기술 선정 기준과 방산수출 결정 분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길 교수는 “한국 방위산업의 근본적 문제는 서로 신뢰하지 않는데 있다”고 지적하고, “협업에 길이 있다”면서 벽암록에 나와 있는 ‘협심(協心)’을 인용하며 마무리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서우덕 교수는 “시장경제 원리의 무리한 도입은 기술보다 가격 경쟁으로 귀결되고, 중소업체들을 대기업 중심으로 줄서게 만들어 입지가 약화되며, 개발 및 생산 단계마다 경쟁을 시켜 내 것이 된다는 확신이 없다보니 업체 투자가 봉쇄된다”고 방위산업 경쟁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서 교수는 “개방 경쟁-보호 육성의 균형적 방위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중소·협력 업체 품목에서 과점체제 및 제한경쟁 구조를 도입하고, 개발-생산의 연속성 보장이 가능한 업체 선정 원칙을 마련하며, ADD는 핵심기술만 개발하고 업체가 전략무기를 포함해 모든 체계개발을 담당하는 방위산업 구조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토론에서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합리적으로 판단한 공무원이 적폐 세력으로 낙인찍히고, 업체의 생사여탈권을 정부에 맡기는 현행 계약 법규 하에서는 방위산업의 미래가 없다”면서 “정부가 정상적인 조직 운용과 자주국방을 정말 생각한다면 방위산업의 펀더멘털을 어떻게 바꿀지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경 시큐리티팩트 연구소장은 “정부가 방산업체를 사업파트너가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갑’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면서 “상호 신뢰하면서 밀어주는 진정한 협업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무 포럼 회장 또한 개회사에서 “방산업체가 진정한 갑의 위치에 있어야 방위산업이 활성화된다”면서 갑을 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주문했다.
오태식 항공대 교수는 “안보 환경과 국방비 규모가 한국과 비슷한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하자”면서 “첨단 기술개발을 통해 독자 무기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한 이스라엘은 연구개발에 집중했고, 내수 규모가 작아 수출주도형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방위산업에 관계된 다양한 주체가 자율성을 바탕으로 정책 개발과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민군협업 거버넌스’이며,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고, 민홍철 의원도 축사에서 “방위산업 특유의 계약 형태가 나와야 하고, 개인이 아니라 제도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한경 국방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