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적 발견해 자폭까지…육군이 꿈꾸는 드론의 ‘미래전’
- 작성일2019/05/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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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9.05.17.
무인기(드론) 3대가 약 30m 상공에서 나란히 줄을 맞추더니 시속 80㎞ 속도로 하강했다. 목표물은 군용 트럭 바깥에 설치된 그물. 표적으로 삼은 적 차량을 향해 드론이 자폭 공격을 감행한다는 설정이었다. 실전이 아니라서 기체는 비무장 상태였지만 내리꽂는 맹렬함이 파괴력을 짐작케 했다. 폭탄을 탑재하면 길이 20㎝에 불과한 이들 드론 3대로 40t급 트럭을 거뜬히 날려버릴 수 있다고 한다.
육군이 16일 경기 이천 육군정보학교에서 선보인 미래전의 일부다. 군 관계자는 “병사를 대신해 기체가 전장으로 향하는 실질적인 드론 전투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화는 이르면 2021년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병대대와 기계화보병대대에 배치된 드론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방사포기지를 겨냥하는 게 조만간 현실이 된다는 의미다.
16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정보학교 드론교육센터에서 장병들이 드론을 이용한 정찰감시, 타격, 수송, 투하 등 드론 고등기술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육군의 시연은 감시정찰 드론을 띄우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적이 침투한 상황에서 드론이 작전지역을 우선 파악하는 것이다. 길이 1.6m의 드론이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보내면 기지의 컴퓨터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지형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드론이 학교 본청과 연병장 일대 사진 9장을 보냈다. 드론이 이륙한 뒤 제법 입체감 있는 지형정보가 화면에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이 드론에는 VR 센서도 탑재돼 있었다. 기지에서 드론이 보낸 실시간 영상을 360도 상하좌우로 돌려보는 용도다.
길이 20㎝인 소형 드론 역시 정찰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최고 속도 180㎞로 날아 수풀을 샅샅이 뒤지더니 숨어있는 적군과 자주포를 발견해냈다. 조종사는 소형 드론이 찍고 있는 영상을 고글을 통해 받아봤다.
적을 발견한 뒤에는 타격이 이어졌다. 드론 1대가 교육용탄을 표적 지점에 떨어뜨렸더니 희미하게 연기가 났다. 교관은 “60㎜ 박격포 3발을 설정했다”며 “1.6m 크기 멀티콥터(회전날개를 여러 개 갖는 드론)의 적재 중량이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5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탄 투하로 완파되지 않은 적 구조물은 자폭 드론의 몫이었다.
16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정보학교 드론교육센터에서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론은 수송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수송 드론 2대 중 1대는 공중에서 보급품을 투하했고, 나머지 1대는 보급품과 함께 착륙까지 했다. 드론 1대가 10㎏의 적재량이면 6대로 중대급에 작전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컨대 드론 1대는 건빵 100봉지를 옮기는 양이다.
육군은 병력 감축 등 변화하는 안보 상황을 들어 드론 부대 전력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고 있다. 병력 감축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61만 8000명인 병력이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병사들을 대신할 정찰ㆍ감시ㆍ방어 전력으로 드론이 필요해졌다. 전체 전력의 30%까지 드론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현재 군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 군의 드론 전력화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뒤쳐진 감이 없지 않다. 중동 지역에선 전투뿐 아니라 테러에서도 드론이 빈번히 활용되고 있는데, 한국에선 2017년 5월 육군이 관련 인력 양성을 시작했다. 육군정보학교 내 드론교육센터는 현재까지 멀티콥터 조종사 114명 등 약 260명의 드론 조종사를 배출했다. 드론 부대를 운용하는 드론봇 전투단은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이날 시연을 참관한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미래 전장 환경에 드론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드론 전력화를 계기로 지상군 병력 감축시 군이 첨단 과학군으로 거듭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근평 기자 -
https://news.joins.com/article/234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