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른 KF-X 개발, 남은 과제는 ‘무장 기술’
- 작성일2019/05/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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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9.05.05.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시제 1호기 2021년 출고 / 성공 위해선 수백만개 장비·부품 등 정교하게 맞아야 / 항공무장, 전투기와의 체계통합 주요 과제 / KF-X 개발 계기로 AESA 레이더 국산화하기로 / 타우러스와 유사한 공대지미사일 개발도 추진
한국형전투기(KF-X) 상상도. 스텔스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공군 주력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시제 1호기가 오는 2021년에 출고된다. 방위사업청은 2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F-X 사업에 대해 “항공기 체계 기본설계검토 후 시제기 제작을 위한 상세설계를 진행 중”이라며 “9월 상세설계검토 후 2021년에 시제 1호기를 출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발을 주도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2월 KF-X 시제 1호기 전방동체 주요 기골인 벌크헤드(전투기가 고속비행할 때 발생하는 압력으로부터 항공기 변형을 방지하는 구조물) 가공에 착수했으며, KF-X 탑재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에 필요한 통합 소프트웨어 시험장비를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납품했다.
개발비만 8조8304억원이 투입되는 KF-X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개발’로 불린다. KF-X 사업이 성공하려면 수백만개의 장비와 부품, 프로그램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전자장비를 비롯한 주요 구성품의 국산화 작업도 한창 진행중이다. 하지만 KF-X에 탑재되는 항공무장은 대부분 미국 또는 유럽 제품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에서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KAI 제공
◆ 피어오르는 항공무장 국산화의 꿈
우리나라는 현무-1, 2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 천궁 지대공 요격미사일, 해성 대함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국산화하지 못하고 있다.
얼핏 보면 전투기 날개와 동체에 미사일을 장착하면 될 것 같지만 항공무장 탑재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항공무장을 전투기에 장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체계통합(integration)이다. 과거에는 기계적 결합만으로도 기관총과 폭탄을 장착할 수 있었지만, 전자장비 비중이 크게 늘어난 현대의 전투기는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투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임무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와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의 소스 코드를 결합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표적정보를 획득한 뒤 미사일에 입력, 발사 후 유도에 이르는 전체 교전 과정을 완성하게 된다. 체계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투기 동체에서 무장이 분리됐을 때,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체계통합은 임무 컴퓨터와 미사일 제작사가 정보를 상호 공유해야 가능하다. 문제는 체계통합 관련 핵심 정보들이 지적재산권에 포함되어 있어 제작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대함미사일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이나 구축함 등에서 발사된다. 대부분 국내에서 개발된 플랫폼이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반면 공군이 운용중인 F-15K, KF-16 전투기는 미국에서 직접 도입하거나 국내에서 면허생산한 제품이다. 외국 방산업체들이 국산 항공무장의 체계통합을 위해 민감한 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산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다.
이같은 현실은 KF-X 개발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주요 전자장비를 국산화하기로 하면서, 국산 전자장비와 미사일의 통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ADD를 중심으로 사거리 500㎞인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유사한 미사일을 국내 개발하는 사업이 추진중이다.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급격한 기동을 하지 않는 공대지 미사일을 시작으로, 2020년대 이후에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공대공미사일도 국내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청주 공군기지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 국산 대신 외국 제품 선택되는 이유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KF-X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항공무장 중 상당수는 외국에서 이미 개발된 무기들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은 영국제 미티어,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독일제 IRIS-T가 장착될 예정이다.
이는 KF-X 개발 일정과 무기체계의 신뢰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KF-X는 오는 9월부터 상세설계에 들어가 2021년 시제기를 출고하고, 2022년 초도비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2026년 개발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개발완료 시점까지 7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국산 공대공 미사일 개발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단기간 내 개발이 완료된다 해도 ‘사상 첫 전투기 개발’이라는 기술적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검증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KF-X를 띄우는 게 우선”이라며 “나머지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면, 우리 공군이 기존에 사용하던 미국제 암람이나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장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 정부가 수차례 요청한 미국제 무장을 KF-X에 통합하는데 필요한 기능적 기술자료 수출승인을 거부했다. 방위사업청은 상업구매 방식으로 선회했지만, KF-X 개발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결국 유럽 국가들이 사용하는 미티어와 IRIS-T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국산은 2020년대 후반까지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지만 군 당국은 KF-X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탑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F-15K 전투기에서 운용중이라 기술적 신뢰성이 확보됐다는 이유에서다. 군 소식통은 “공군이 타우러스의 성능에 만족하고 있고, 국내 개발 미사일이 어느 정도 성능을 낼 수 있을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며 “KF-X 개발 리스크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공군 전투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데다 지하시설 파괴능력도 뛰어난 타우러스 미사일이 KF-X에 장착되면, F-15K와 더불어 강력한 지상공격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사거리 100㎞의 팝아이 공대지 미사일을 운용하는 F-4E의 퇴역으로 발생하는 전력공백도 메울 수 있다.
다만 KF-X 개발 계획 진전에 따라 미국제나 국산 무장이 탑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KF-X사업은 진화적 개발개념인 블록 개념(BlockⅠ, Ⅱ)을 적용한다.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전투기를 더 나은 성능으로 개량하는 것이다. KF-X블록-Ⅱ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대 중후반에는 국산 무장 개발과 성능 검증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종합적인 성능이 일본과 중국 등이 실전배치한 스텔스 전투기를 상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F-X에 우리 손으로 개발한 무장을 탑재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다. 국내 개발한 전투기와 항공무장을 함께 운용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다만 국내 기술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국산 전투기 탑재 미사일개발이 완료되기까지는 남은 시간이 없다. KF-X개발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KF-X 기술자료를 토대로 국산 항공무장을 만든 뒤 KF-X의 성능개량 시점에 맞춰 탑재를 시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 박수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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