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근 유콘시스템 대표 "하늘나는 자동차, 곧 현실"
- 작성일2019/03/15 09:13
- 조회 405
[뉴시스]
2019.03.14
"탑승용 드론 개발 중…세부기술 거의 확보"
군단급무인기 '송골매' 개발 후 2001년 창업
"결국 드론 시장은 자동차와 항공기가 결합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가게 될 겁니다. 저희의 가까운 목표 역시 사람이 타고 다니는 '1인승 드론'입니다. 1인승 드론을 디자인하고 있고, 관련 세부기술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내 무인항공기·드론 강소기업인 유콘시스템이 사람이 타는 1인승 드론 개발에 나섰다.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유콘시스템 본사에서 만난 송재근(59) 대표는 '드론'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올해는 대한민국 드론시장의 앞날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드론 규제 해소와 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콘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개발·양산된 군단급 무인항공기 개발자들이 2001년 창립한 회사로, 무인항공기 장비의 국산화를 주도해왔다.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시험비행에 성공한 누리호(KSLV-II)의 지상제어시스템 역시 유콘시스템의 작품이다.
어린 시절 '파일럿'을 꿈꿨던 송 대표는 대우중공업 우주항공연구소를 거쳐 무인항공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도 전인 2001년 유콘시스템을 창업, 수십 년간 척박한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고집스레 외길을 걸어왔다. 지난해부터는 한국드론기업연합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엔 까만 선글라스를 낀 파일럿이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당시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이라 마음대로 해외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일럿이 돼야겠다고 결심하고, 사관학교 시험을 쳤는데 아쉽게 떨어졌어요. 결국 전자통신학을 전공했죠. 그리고 대학교 졸업 즈음 대우중공업 우주항공연구소에 들어갔습니다."
송 대표는 대우중공업에서 연구원으로 10년간 근무한 후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현 한화테크윈), 현대우주항공 등 항공 3사의 항공기 부문 통합으로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전자팀장을 맡았다.
"대우중공업 입사 후 항공사업부가 있던 창원에 갔더니 허허벌판이었어요. 입사 2년차 때 초등훈련기와 무인항공기 개발로 담당이 나뉘게 됐는데 저는 전자통신을 전공한 만큼 무인항공기 분야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항공기에 미쳐있는 사람들과 함께 정말 닥치는대로 일했죠. 그리고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1999년 '송골매'라는 군단급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송골매'는 국내 최초로 군 전력화에 성공한 정찰용 무인기다. 2001년부터 양산돼 육군에 배치됐다. 송골매 개발에 성공했을 때는 정말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KAI 출범 후 후속연구가 주어지지 않았고, 급기야는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여러 부서로 뿔뿔이 흩어져야 할 상황이 됐다. 송 대표는 그때 '창업'을 결정했다.
"당시에 팀장을 맡고 있었는데 팀원들과 여섯 명이 합심해 창업을 결정했죠. 모두 가정이 있는 상황이라 아내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다 동의해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들 겁이 없었던 거죠. 각자 2000만원씩 출자해 1억2000만원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사실 그것도 다 못 모았어요. 대전에 와서 대덕대학교 동아리방 하나에 자리잡고 일을 시작했죠. 수입은 없었지만 다들 가정이 있으니 한 명당 30만원씩 월급으로 가져갔어요. 그래도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동아리방에서 일하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운동장을 열 바퀴 뛰고 다시 책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라면박스를 깔고 거기서 잠들었죠."
열정은 결실을 낳았다. 유콘시스템은 창업 3년만인 2004년 국내 최초로 UAE에 무인항공기 지상통제시스템을 수출했고, 이듬해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2002년 UAE에서 이메일이 한 통 왔어요. 처음엔 뭔가 싶어 지나쳤는데 전시회 참석을 위해 중국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딜 못가겠느냐 싶은거에요. 메일을 다시 열어봤더니 요구사항이 꽤 구체적이더라구요.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바로 약속을 잡고 아부다비로 갔습니다. UAE측에서 온종일 기다리게 하고는 밤 늦게야 오더군요. 만나서도 설명을 하는데 통 집중을 하지 않길래 이게 아닌가 싶었죠. 제가 거기 있던 A4 용지에 무인기에 대한 계통도를 그리면서 설명을 했더니 표정이 변하더라고요. 직접 개발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리기가 힘들거든요. 그걸 보고 우리를 믿어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420만 달러 규모의 첫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유콘시스템은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국가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군수용 외에 농약용 등 민수용 사업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화시스템과 무인항공기 분야 포괄적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 공동개발과 신사업 개척 등에 나서기로 했고, 롯데택배와도 드론택배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개발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까지는 60~70%가 군용 납품이었다면 올해부터는 50대 50정도입니다. 군용시장이 안정돼 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입니다. 그래서 민수시장을 넓히고 수출도 키워가려고 합니다. 드론시장이 커지고 있고,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6년, 2007년에 고압선 감시 드론, 기상측정 드론 등을 개발했는데 시장 수요에 비해 너무 빠르다 보니 묻혔죠."
유콘시스템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초기단계가 될 탑승용 드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탑승용 드론이) 판매 직전 단계에 와있고, 한국에서도 10년 후에는 판매 직전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 나와야 합니다. 저희는 드론 자동제어 업체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나는 자동차 개발 쪽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물론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하면 좋지만 그렇게 하면 자율성이 떨어지잖아요. 자체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연구를 마치고, 그 이후에 투자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규제'다. 중국산 저가 드론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주파수와 무선장비 인증 등 각종 규제가 국산 드론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한국산 드론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국내시장에서조차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규제에 밀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산 제품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제도개혁, 규제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무 것도 안 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통신 주파수와 무선장비 문제만 봐도 'KC인증' 절차에 현실성이 떨어져요. 규제 개혁은 시범적으로 했지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각론이 부족한 것이죠. 정말 속이 터지는 현실입니다.
송 대표는 전국민적인 드론 열풍 속에서도 정작 국내에 드론제조기술을 제대로 갖춘 기업은 몇 곳 되지 않는 현실을 우려했다. 대부분의 드론업체들이 중국산 저가드론을 들여와 서비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드론시장이 커가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에 실질적인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나머지는 해외 제품을 국내에 서비스하거나 핵심기술 들여와 조립하는 상황입니다. 몇 안 되지만 자체 기술력을 가지고, 드론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성장해야 할 시점인데 제도적으로 불합리하고 답답한 일이 많아요. 올해는 대한민국 드론산업의 앞날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자체 기술 없이는 응용산업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만큼 국내 드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 박주연 기자 -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313_0000585663&cID=13001&pID=1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