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잡는 '안티 드론' 개발 경쟁
- 작성일2019/02/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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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9.02.25
범죄·테러 막기 위해 급성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드론(drone·무인 비행체)이 발달하면서 역설적으로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안티 드론'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아마존·보잉 등 글로벌 기업은 택배나 정찰, 화재·범죄 예방, 수색·구조 등 다양한 영역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해 드론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드론을 활용한 범죄·테러가 빈발하면서 미확인 드론을 탐지·식별하고 추적해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 산업의 필요성도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런던 개트윅 공항 폐쇄 사태는 안티 드론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 사례다. 활주로 인근에 미확인 드론이 출현하는 바람에 36시간 동안 항공기 700여 편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승객 12만명의 발이 묶였다. 앞서 8월에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의 국가방위군 창설 기념식장에서 연설하던 중 인근에서 폭약을 실은 드론 여러 대가 폭발했다. 2015년 일본 총리 관저에는 소량의 방사성 물질을 담은 드론이 날아들었다. "드론은 가장 유용한 비대칭 무기가 될 것"이라는 테러 전문가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국내에서는 드론을 띄워 아파트 창밖에서 몰카를 촬영하는 범죄가 잇따랐다. 누가 조종하는지 모르는 드론이 하늘을 장악하는 사태를 막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현재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인 글로벌 안티 드론 산업 규모가 2025년 23억달러(약 2조5800억원)로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0일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에서 김건우 수석연구원과 김훌륭·이성제(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연구원이 드론 감시 레이더 1차 시제품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이 손을 대고 있는 부분이 드론 감시 레이더이다. /채성진 기자
◇ 안티 드론 시스템의 '눈', 탐지 레이더
국내에서는 방산 기업인 한화시스템이 드론 감시 레이더 센서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인 비행 장치의 불법 비행 감지를 위한 드론 감시 레이더' 프로젝트다. 이용욱 한화시스템 연구개발본부장은 "안티 드론 시스템 첫 단계이자 가장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탐지·식별 과정의 핵심"이라며 "주요 인사와 시설에 대한 드론 위협을 사전에 해결하기 위한 탐지 레이더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관으로 2021년까지 사업비 120억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최용준 한화시스템 전략본부 신사업TF 부장은 "군용 레이더에 비해 가볍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장소에 제한 없이 2인 1조로 운반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현재 세계적 수준의 장비는 소형 드론 최대 탐지 거리가 2.5㎞ 정도이고, 레이더 패널 무게가 30㎏ 정도인데, 이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찾은 경기도 용인 한화시스템 연구소 조립장 3층에서는 드론 감시 레이더의 전파 특성을 측정하는 연구가 한창이었다. 삼각뿔 형태의 전파 흡수체가 가득한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송수신 레이더 간섭 현상을 분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김건우 수석연구원은 "현재 1차 시제품에 대한 통합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작업이 마무리되면 가로 52㎝, 세로 60㎝ 크기의 패널 2개로 최대 전방 3㎞, 반경 200도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과 크기 정도의 비행체를 탐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전자광학 및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퀀텀 아이'와 연동하면 주간·야간, 날씨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최용준 부장은 "국내에선 드론 공격에 대한 심각성이 아직 높지 않지만, 공항이나 원전, 유류 저장고 등 국가 주요 시설이나 123층 롯데월드타워 같은 초고층 빌딩도 미확인 드론에 의한 테러나 공격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드론 기술 발전에 따라 역기능도 커지기 때문에 활용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신호 교란하는 재밍, 주파수 해킹하는 스푸핑 등 무력화 기술도
탐지한 드론을 무력화하고 포획하거나 파괴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우선 방해 전파나 고출력 레이저를 쏴서 드론이 조종자가 보내는 신호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받지 못하게 교란하는 재밍(jamming) 방식이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안티 드론 건'으로 재밍 신호를 발사해 소형 드론을 강제 착륙시키는 시연도 했다. 국내 기업 'ade'가 선보인 '마에스트로(Maestro)' 장비로, 목표 드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자 공중을 날던 기체가 통제력을 잃고 수직 하강했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드론을 제어하는 고유 주파수를 탐지하고 이를 탈취해서 강제로 착륙시키는 스푸핑(spoofing)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원격 조정기로 움직이는 드론의 보안 취약점을 파고들어 통신 프로토콜을 해킹하는 것이다. 움직임을 방해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 드론을 임의대로 조종하는 기술이다. 이 교수는 "현재 어깨에 메고 쏘는 20㎏짜리 안티 드론 건까지 나왔지만, 앞으로는 권총처럼 경찰관이 간편하게 휴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무인기를 출동시켜 드론과 충돌시켜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유콘시스템이 개발한 '드론 킬러'는 최대 시속 180㎞로 표적 드론을 향해 날아가 격추한다.
- 채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