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분야 블록체인기술의 활용사례
- 작성일2019/01/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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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문화관광]
글: 이창진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초빙교수
지금은 예전에 비해 관심이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1년 전 쯤인 2018년 초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 중 하나가 비트코인이었다. 2017년 초부터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여 2017년 말과 2018년 초에 그 관심은 정점에 이르게 되는데, 이 무렵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제가 시작되었고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킹이 뉴스거리가 되었으며, 뒤늦게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나도 한번 암호화폐에 투자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수십 배 이익을 얻었다는 소문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고, 뒤늦게 뛰어들어 손해를 본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아래 [그림1]의 그래프는 과거 5년간의 비트코인 가격 변동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3월 무렵 100만원 정도이던 가격이 12월 16일 2100만원까지 상승하였지만, 현재는 약 400만원(12월5일현재) 수준이다. 이 그래프가 어쩌면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명암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서서히 가라앉았는데, [그림2] 그래프는 같은 시기의 비트코인 검색어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16년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에 가졌던 사람들의 관심만큼이나 2017년과 2018년 초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고 더 여운이 길게 남았었다. 아마도 돈과 일확천금의 기회라는 나에게 더 와 닿는 소재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블록체인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비트코인이지만,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동의어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하나의 응용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만들어지면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생겨났다는 점, 그리고 일반에게 소개되고 널리 구현된 사례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매우 중요한 사례이다.
블록체인은 하나의 관리자나 기관에 통제받지 않고 여러 참여자에게 공유되는 분산장부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줄여서 DLT)의 하나이다. 분산장부기술(또는 분산원장기술)이 블록체인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이기는 하지만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블록체인이라 불리우는 이유는 이 장부를 기록하는 방식이 저장하려는 기록이나 내용을 블록이라는 단위로 묶어서 연결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거래의 과정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가 있다고 가정하자. A는 B에게 중고 스마트폰을 사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나서 A는 B에게 10만원을 주고 그 자리에서 스마트 폰을 받아 작동을 확인하고 거래를 완료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거래에서 서로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할 위험은 적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거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만약에 A와 B의 사는 곳의 거리가 멀어서 바로 만날 수가 없다고 하면? 뉴스를 보니 휴대폰을 주문하고 돈을 보내줬더니 벽돌을 배송해 줬다는 사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불안한 A는 B에게 물건을 먼저 보내달라고 한다. B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스마트폰을 보냈는데 만약에 돈을 안 주면? A와 B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는 둘 만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 할 수가 없다. 이러한 경우에 필요한 것이 신뢰할 수 있는 중개기관이다. 앞선 A와 B 사이의 거래와 같은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은행이나 다른 중개기관(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같은 업체들) C가 개입하여 신용을 제공해 주어 해결한다. 예를 들면, A는 믿을 수 있는 C에게 돈을 맏기고 B에게는 스마트폰을 받는다. B는 스마트폰을 보내주었다는 증명을 C에게 제시하고 10만원을 C로부터 받는다. 이런 경우에 C는 A와 B사이의 거래에 대한 장부를 관리하고 마찬가지로 C와 A, B간의 거래장부도 한꺼번에 관리를 해야 한다. 만약에 A는 우리나라에 살고 B는 미국에 살고 있다면? 더 많은 중개기관과 신용 제공이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나중에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니 그 친구에게 받으라고 하는 경우에 난감했던 경우. 내가 그 친구의 친구에게 돈을 돌려받으려면 몇 가지의 단계가 필요하다. 내가 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을 친구의 친구에게 증명하고 또 그 친구의 친구와 내 친구 사이의 금전거래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 친구를 내가 거래하는 은행, 친구의 친구를 내가 돈을 찾으려는 은행이라고 하면 이해가 더 빠를 수도 있다. 차이점이라면 친구의 친구에게 돈을 받는 것보다 내 계좌에 있는 돈을 다른 은행에서 찾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IT기술의 발전으로 은행 간 또는 은행지점간 거래내역을 정리하는 것이 쉬워졌다는 것이다. 친구간의 돈 거래는 직접 확인해야 하지만 은행에서 돈 찾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면 은행에서 전산시스템을 통해서 내 거래기록을 관리하고 정산하기 때문이다. 은행 간의 전산 거래가 쉽지 않았던 시절에는 내가 거래하지 않는 은행에서 내 계좌의 돈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처럼 물물거래를 제외한 거의 모든 거래에서 신용과 중개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 심지어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도 현금의 가치를 보장하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으로부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기관 없이도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중개개관의 보증 없이 다수의 거래 참여자들이 거래하는 모든 기록을 모두가 가지고 기록을 갱신하여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기술이다. 기술적으로는 P2P기술과 암호화 기술, 합의알고리즘 등이 기본적인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P2P기술은 네트워크상의 단말(node라 불린다)이 중앙의 서버 없이도 서로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한 블록체인 상의 관리자들은 P2P네트워크 상의 노드로서 합의된 모든 거래가 기록된 같은 장부를 가지게 된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제한이 없어 누구나 노드가 될 수 있는 것이 퍼블릭 블록체인이고, 승인된 노드들만 참여하는 것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거래 장부를 노드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거래기록이 위/변조 되거나 잘못된 거래가 기록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암호화 기술과 합의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위변조를 어렵게 한다.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이유는 자료가 저장되는 방식 때문인데, 한개 또는 몇 개의 거래를 묶어 저장시키는 단위를 블록이라하고 이 블록의 해시값(원래 데이터 값으로부터 해시함수를 통해 생성되는 값으로 원래 값을 찾아내기 어렵고, 원래데이터에 따라 고유한 값을 가지며 원래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변하면 완전히 다른 값이 나오는 함수를 해시함수라 한다)을 다름 블록에 저장하여 연결하는 방식(그림 3)으로 하나의 블록만 변경해도 이후에 연결된 모든 블록의 값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합의 알고리즘은 새로운 블록을 만들어 연결할 때 유효한 블록을 노드들이 합의하는 방식이고 이를 통해서 유효한 거래들을 저장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PoW:Proof of Work)이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처음으로 P2P에서 누구나 참가가 가능한 화폐시스템을 구현했다. 합의 알고리즘은 작업증명 외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알고리즘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요소들이 어우러져 블록체인 기술을 다시 짧게 정리하면 "노드(node)라 불리는 관리자들이 합의한 거래를 시간상으로 나열한 것과 같은 장부를 가지게 됨으로서 중개기관을 통하지 않아도 신뢰성을 가지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과 개념을 통해 알 수 있는 특징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이가 거래 기록장부를 소유하고 그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지며,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기관이 필요 없거나 적어진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위변조가 어렵고 신뢰성이 높은 특성 때문에 중계기관 없이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 조건을 실행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도 가능해 지게 되었다. 이더리움(Ethereum)은 현재 가장 유명한 블록체인 플랫폼이자 스마트 계약 플랫폼 프로젝트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이러한 중계기관 없는 거래, 거래의 투명성, 스마트 계약, 분산장부 등의 특징 때문에 수출입 물류와 같이 참여자와 다양한 중개자가 개입하는 복잡한 거래과정에 적용하게 되면 가장 효과적일 사례로 꼽고 있다.
문화예술분야에도 블록체인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저작권 관리이다. 음악의 경우, 작곡가, 작사가, 실연자, 제작자, 유통사업자 등 창작자 이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고, 창작자가 다양한 경로로 이용되는 창작물의 저작권을 등록하고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작권을 관리하는 중개기관이 필요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경우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디지털로 관리되는 음원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배분을 자동화 함으로써 중개기관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ujo(https://ujomusic.com)는 음악창작자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의 유통플랫폼을 표방하였는데, 음악이 유통되면 사전에 정한 라이센스 계약에 따라 바로 저작자에게 대가를 지급하여 음악 유통에 있어 중개자를 최대한 배제하는 시스템을 지향하는 플랫품이다. 현재는 정식서비스 전의 시험 단계인 베타서비스 중이며 암호화폐인 이더(ETH)를 이용해서 음원을 구입할 수 있다.
The dot Blockchain Media(http://dotblockchainmedia.com)는 음원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음원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음악의 메타데이터를 표준화하여 블록체인상에서 관리하려는 파일포맷프로젝트이다. 블록체인으로 음원의 정보를 관리하게 되면 정보를 변조하기 어렵고 또 정보의 변동사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장이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음원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서 창작자가 청구하지 않는 로열티 규모가 2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odakOne Platform(https://kodakone.com)은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해서 사진과 같은 영상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기존의 디지털로 저장되는 작품들이 원작자의 허락없이 사용되거나 사용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영상과 관련 정보(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하고 웹의 정보를 수집하고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하여 저작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등의 기술을 사용한다. 이렇게 영상의 등록, 관리, 라이선스의 매매, 저작권의 사후관리, 사용현황 파악 등의 기능과 이미지/영상을 사용하기 위한 암호화폐인 KODAKCoin을 이용하여 사용자는 저렴한 가격에 정당하게 영상을 이용하고 저작자는 쉽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미술 영역에서도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있는데, Verisart(https://verisart.com)는 블록체인 기술,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을 이용해서 미술작품이나 수집품의 인증서를 발급해주고 진위를 확인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이와는 다른 미술과 관련된 다른 관점의 서비스가 있는데, Maecenas(https://www.maecenas.co)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미술작품투자 플랫폼이다. 하나의 작품에 수천개의 인증서를 발행하여 마치 회사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온전히 살 수는 없지만 미술에 투자하고 싶은 소액 투자자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서 특정작품에 투자할 수 있으며, 작품을 소유한 사람은 작품의 일부만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업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중개과정을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 또는 다른 예술작품펀드에 비해 낮은 수수료로 예술작품투자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응용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문화예술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앞서 언급한 사례들 말고도 블록체인기술 또는 분산장부기술을 활용한 수많은 사업들과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초기의 급격한 관심이 지나고 이제 블록체인 기술은 가능성이 많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은 아직은 진행중인 기술이라는 의견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에 언급한 사례들 또한 초기 단계의 시험 서비스인 경우도 많고 실패와 성공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성숙하게 되고 알려진 문제점들이 해결되면 앞선 몇몇 사례들이 지향하는 것처럼 중개인 없는 문화예술 생태계가 만들어질까? 거래의 투명성이 정보의 비대칭까지 해결해 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마도 그 답은 기술과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www.kcti.re.kr/webzine2/webzineView.action?issue_count=92&menu_seq=5&board_se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