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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조종사 출신 장관도 놀란 공군 기지의 '스마트한' 변신
    • 작성일2020/06/15 09:06
    • 조회 357


    "장관님께서 예전에 비행단장 하실 때는 날씨 나쁘거나 야간에 런웨이 컨트롤(활주로 통제소) 직접 나간 경험 있으실 텐데, 저는 요즘 나가지 않습니다. 왜냐면..."

    군 최초 '스마트부대'로 변신 중인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지난 9일 공군 조종사 출신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 비행단을 방문했는데, 홍순택 비행단장이 정 장관에게 '스마트비행단'을 설명하면서 꺼낸 말입니다. 정 장관이 비행단장을 하던 때에는 전투기들이 무사히 이·착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휘관이 직접 활주로 관제탑에 나가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부대 상황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지휘통제체계가 제 방에도 구축돼 있어서 항공작전 상황뿐 아니라 기상, 조류활동도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는 밤에 착륙하는 조종사가 활주로에 높은 고도로 접근하는지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지, 쇼트터치를 하는지 롱터치를 하는지(적정한 착륙 지점보다 먼저 착륙하는지 늦게 착륙하는지)까지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장관이 후배 조종사나 지휘관들을 만나면 "나 때는 말이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법한 변화입니다.


    ■ 글로만 보던 스마트비행단, 직접 가 보니

    국방부를 맡아 취재하다 보면 '지능형', '스마트'라는 단어를 참 많이도 보고 듣게 됩니다. 군이 단일 전투체계부터 이렇게 전 부대 단위까지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도자료나 발표문에 담긴 스마트, 첨단화, 신기술, 혁신과 같은 단어의 홍수 속에 정작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실감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바뀌고 있다는 건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5G, 사물인터넷 등을 적용했다는 스마트비행단의 모습은 어떤지, 정경두 장관의 공군 기지 방문에 동행했습니다.

    오후 2시 반, 공군 마크가 새겨진 헬기를 타고 정 장관이 활주로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활주로 옆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습니다. 장관이 탄 차는 부대에서 시범 운영 중인 15인승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운전자가 있기는 하지만, 손과 발을 핸들과 페달에서 완전히 뗀 채로 운행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작전지휘부로 이동했습니다. 지휘소는 출입과 촬영이 제한된 공간이어서, 다른 수행원과 기자들은 별도 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작전지휘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지켜봤습니다.

    전투지휘소는 비행단장이 상황을 관리하는 곳인데 정면과 좌·우측 벽면, 그리고 책상에 전시기 30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 화면을 통해 지휘관은 기지 내 모든 상황을 원격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무기고, 탄약고, 수문, 출입문 등 기지 전 지역에 CCTV 574대, 센서 80대가 설치돼 각 위치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송됩니다.

    항공 작전을 총괄하는 항공작전과 화면으로는 주기장 지역과 비상대기실, 활주로 구역의 실시간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실제 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서두에 언급한 비행단장의 발언은 이 체계를 설명할 때 나왔습니다. 비행단장의 방에도 같은 체계가 설치돼 있어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이동하지 않고도 바로 상황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공군작전사령부 MCRC로부터 자료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항적전시체계 역시 가동 중입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상공에 떠 있는 항공기들이 그대로 화면에 나타납니다. 우리 공군기, 미군기, 민항기 등이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됩니다. 북한 지역에서 비행기가 출격하면 즉시 붉은색으로 나타나 비상대기실 조종사들이 바로 출격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작전뿐 아니라 기지를 관리하는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지작전과에서는 소방차, 순찰차, 심지어는 비행단장의 차까지 기지에서 관리하는 모든 차량의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지의 모든 출입문, 수문도 확인 가능합니다. 홍 비행단장은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북상했을 때 전투지휘소에서 이 시스템을 통해 물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현장을 통제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비행단에서는 여러 상황을 육안으로, 수동으로 확인하고 기능별로 지휘관에게 따로따로 보고해야 한다면, 스마트 비행단은 달라 보였습니다. 지휘관은 보고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작전 상황과 부대 현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만큼 빠른 결심, 지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300시간을 1시간 반으로, 70억 원을 600만 원으로

    지휘소뿐만 아니라 기지 곳곳에서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지휘소 설명이 끝난 뒤에는 비행단 격납고로 이동했는데, 시범적용 중이거나 현재 개발 중인 체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이날 소개된 24개 체계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먼저, 관제탑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착륙하는 항공기나 드론, 새떼 등의 물체를 관제사들이 직접 눈으로 보면서 감시하고 통제합니다. 그러다 보니 밤이나 기상이 좋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항공작전을 수행하기도 어렵고,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디지털 관제탑으로 바뀌고 나면 광학카메라, 적외선 카메라로 활주로 전 방향을 360도로 감시할 수 있게 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돼 항공기 정보와 드론, 새떼 상황은 자동으로 탐지하고 경고합니다. 항공 작전 정보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로 융합 처리돼 임무 결과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 관제탑은 지금 20전투비행단에 구축되고 있는데 올해 말쯤이면 개발이 끝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장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3차원 합성전장 가시화체계'는 위성이나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빅데이터 분석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화질 3차원 영상을 제작해냅니다. 기존에는 평면 위성 영상 위에 3차원 건물을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했는데 이런 방법은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는 데다 현실감도 떨어졌습니다.

    새로 개발한 체계를 활용하면 제작 시간도 단축되고 현실감도 높아집니다. 이전에는 건물 100개를 3차원 영상으로 제작하는 데 300시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영상 정밀도도 훨씬 높습니다. 조종사들이 임무 계획 단계부터 실제와 유사한 영상을 쉽게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 체계는 내년까지 20전투비행단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비행교육 훈련체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학생 조종사들은 국산 훈련기인 KT-1, KT-100으로 비행교육을 받습니다. 처음 비행교육을 시작하면 바로 항공기에 탈 수 없으니, 지상에서 훈련을 하는데 여태까지도 조종석 모형이나 사진을 놓고 절차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시뮬레이터도 있습니다만, 시뮬레이터 가격이 70억 원으로 고가여서 이를 활용한 교육에는 빈도 등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군이 자체 개발한 비행교육 훈련체계는 600만 원으로, 우선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공간도 덜 차지해서 좁은 곳에서도 훈련이 가능합니다. 가상현실 기술 기반으로 훨씬 실감나게, 효율적으로 항공기 점검과 비행 절차, 비상처치절차 등을 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 과기정통부 장관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은 이날, 정경두 장관과 함께 방문한 특별한 손님이 있었습니다. 바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입니다. 최기영 장관은 스마트 비행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설명을 듣고 격납고에서는 비행교육 훈련체계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최기영 장관이 공군 기지에 온 이유, 스마트 비행단 구축에 과기정통부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스마트 디지털 관제탑, 3차원 합성전장 가시화 체계를 포함해 많은 체계가 과기정통부의 R&D 과제로 확보한 기술입니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군에 적용해 군 자체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군부대가 신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기술을 시범 적용해 보고 더 발전시켜 민간에 내보내는 겁니다. 예컨대 디지털 관제탑은 나중에 민간 공항 관제탑에도 적용할 계획이고 3차원 전장 가시화 체계는 대국민 지형정보 서비스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최 장관은 이날 가장 기억에 남는 기술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접 체험해본 비행교육 훈련체계를 꼽았습니다. 직접 해 보니 아주 그럴듯한 데다 비용도 저렴해 인상적이라는 겁니다. 특히 민간에서는 게임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비행교육 체계 외에 이날 소개된 많은 기술이 민간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장관은 시연 내내 '인상적이다', '기대 이상이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하고 기술 신뢰도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느냐고 기습 질문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에는 군과 공공 분야, 민간 분야의 R&D 협력이 필수적임을 재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전군 확대는 언제쯤 가능할까

    정경두 장관은 시연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국방 혁신은 공군참모총장 시절부터 갖고 있던 소신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스마트 비행단 사업은 정 장관이 공군총장이던 2017년 첫발을 뗐습니다. 정 장관은 각 기술이 현장에 잘 적용될지 걱정도 많았는데 실제 와 보니 개념 정립이 잘 된 것 같아 확신이 생겼고,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앞으로 육군과 해군, 해병대로 스마트 부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기 위해 스마트 비행단 사업 시작단계부터 기술 표준화와 상호 운용성에 신경을 썼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이날 육·해·공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도 참석했는데 각 군의 특성에 맞게 기술을 접목해 이른 시일 안에 스마트 부대화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군 확대가 언제쯤 가능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술 개발 속도고 있고 예산 문제도 걸려있는 데다 각 군 특성도 있어서 전군 확산 목표 시점은 고민 중이라며, 이를 정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전군 확대는 물론이고 모든 공군 비행단을 스마트비행단으로 바꾸는 것 역시 특정 목표 시점을 말하기 어려운 단계입니다. 이번에 소개한 20전투비행단 역시 스마트비행단 구축을 완료한 것이 아니고,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바뀔지, 계획대로 진행될지, 실전에 잘 적용될지, 문제는 없을지 계속 지켜보고 관련 소식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 윤봄이 기자 -

    https://news.v.daum.net/v/20200614090050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