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에서 이젠 수출 위주로 '방산 패러다임' 바꿔야 산다
- 작성일2020/03/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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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자주국방으로 시작된 한국 방산
K9 자주포·T-50 고등훈련기 등
세계 수준의 무기 개발하며 성장
방산 총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16% 불과
새로운 도약의 50년 마련하기 위해선
AI·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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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발전의 시대적 구분은 관점과 전문가들에 따라 다르다. 서우덕 고려대 교수의 구분에 따르면 4단계로 나뉜다. 1970년 박정희 정부 시기를 방산의 '태동과 기반조성기', 1980년대 전두환 정부 시기를 '시련과 도전의 시기', 1990년대 노태우 정부 때부터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때까지를 '안정과 성장의 시기',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 이후를 '경쟁과 도약의 시기'로 구분한 것이다. 1970년대는 '기본병기 역설계 개발', 1980년대는 '선진국 무기 개량 개발', 1990년대는 '고도 정밀무기 독자개발', 2000년대 이후는 '세계수준 무기 독자개발' 시기로 나뉘기도 한다.
우리 방산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것은 1960년대 말 닉슨 독트린과 주한미군(미 7사단) 철수가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이에 자극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1월 9일 자립경제와 자주국방을 국정지표로 하는 연두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어 2월 2일 국방부를 순시한 자리에서 방위산업 육성과 국방과학기술의 연구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1970년 8월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이 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창설됐다. 1971년 11월엔 "카빈 및 M1 소총, 경기관총, 박격포, 수류탄 등 주요 군수장비 시제품들을 4개월내 국산화하라"는 '번개사업' 지시가 떨어졌다. 당시 무기생산 기초가 되는 산업 및 기술 기반이 전무한 상태여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번개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와 업체 관계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성공했다. 1973년 '중화학공업화 정책선언'은 우리 방산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됐다.
그뒤 방산은 1980년대 전두환 정부부터 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 우리 방산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무기는 지상무기의 경우 기본 소화기인 K계열 소총, K1계열 전차 및 세계 정상급 전차로 불리는 K2 '흑표' 전차, 첫 국산 보병전투장갑차인 K21, 세계 자주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K9 자주포 등이 있다. 해상무기는 광개토대왕급부터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에 이르는 한국형 구축함, 한국형 호위함, 상륙함, 군수지원함, 209·214급 잠수함은 물론 3000t급 장보고-3급 잠수함도 국내 건조하고 있다.
공중무기로는 F-5 '제공호'를 조립생산한 데 이어 KT-1 기본훈련기, T-50 초음속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를 개발, 생산하게 됐다. 일부 스텔스 성능도 갖춘 4.5세대 국산전투기인 한국형 전투기(KF-X)도 업체 주도로 개발중이다. '첨단무기의 꽃'인 미사일(유도무기) 분야에서도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2'와 순항미사일인 '현무-3'를 비롯,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중거리 대공미사일 '천궁', 대함미사일 '해성', 대전차미사일 '현궁', 함대지 순항미사일 '해성-2', 잠대지(잠수함 탑재) 순항미사일 '해성-3' 등을 양산하고 있다. 이중 K9 자주포, 209급 잠수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상륙함,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신궁·천궁·현궁·해성 미사일 등은 세계 각국에 수출됐거나 수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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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세기를 맞은 한국 방산에 대한 안팎의 도전도 거세다. 산업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의 70%를 생산하는 10대 기업의 2018년 방산 매출은 10조4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6년보다 오히려 9%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크게 낮아졌다. 2016년 3.4%였던 방산 영업이익률은 2017년엔 0.5%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방산 수출은 2014년 36억1200만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 2016년엔 25억58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2017년엔 31억2200만 달러로 다시 늘었지만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방산은 민간 분야보다 오히려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AI(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VR/AR), 드론, 무인로봇, 사물인터넷 등은 군사적으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산 패러다임을 바꿔야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50년을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내수에서 수출 위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방산 총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16% 안팎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가 성공 모델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의 방산 수출 비중은 70~80%에 달한다.
이를 위해선 단계적인 개발과 성능개량을 허용하는 '진화적 개발' 도입,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원가제도 개선, 최저가 낙찰제 등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다. 방사청도 1974년 이래 처음으로 원가제도 대폭 개선을 추진중이다. 생산 중단, 이익금 환수 등 각종 징벌적 규제 개선도 시급하다.
국회도 방산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 방산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난 1월초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방산육성 및 수출증대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설치 필요성도 계속 제기돼 왔는데 최근 청와대에 방위산업 담당관도 신설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문성 논란도 일고 있다. 한 방산 전문가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컨트롤 타워는 없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며 "관련 기관과 업계의 의견을 잘 수렴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청와대 방산 담당관으로 발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유용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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