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전문성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최상의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제목 [장원준 칼럼] 방위산업, 글로벌 대형기업 키우려면 ‘업체주도 연구개발’ 확대해야

[뉴스투데이]

2020.10.26

기업 경쟁력 높은 분야 중심으로 정부의 노력과 ADD의 기술 및 인프라 적극 지원돼야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장거리공중 유도무기 개발 등에서 ‘업체주도 연구개발’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아닌 방산업체가 주도해서 첨단 무기개발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과 함께, ADD가 과연 업체가 주도하는 무기개발을 충실히 지원하겠느냐는 우려다.

 

사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ADD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1970년 창설 이후 50년간 한국을 ‘세계 10대 방위산업 국가’로 이끈 중심에는 ADD의 노고가 지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업적만으로 미래의 성과가 그대로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KakaoTalk1.png 
국방 R&D 예산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갑중의 갑’으로 불리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창설 5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홍보 영상의 한 장면. [ADD 홈페이지 캡처]

미국 등 선진국, 업체주도 연구개발로 글로벌 방산기업 키워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전장에 필요한 첨단기술 개발을 ADD에만 의존해야 할 것인가? ADD 주도의 연구개발 방식만으로 과연 록히드마틴, BAE 같은 글로벌 방산기업을 키워낼 수 있을까? 등등 미래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글로벌 방산시장은 몇몇 강대국 대형 방산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30여년간 미국의 Big 6(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테크놀러지, 보잉, 노드롭그루만, 제너럴 다이내믹스, L-3 테크놀러지), 영국의 BAE, 프랑스의 탈레스, 이스라엘의 엘빗 등이 자국 정부를 대신해 전 세계 무기수출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연구개발(R&D)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ADD의 모체인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인력은 고작 250여명 내외다. ADD의 1/10도 되지 않는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ARPA는 기업이 담당하기 어려운 첨단기술(Breakthourgh Technologies)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딥 러닝과 인공지능(AI), 퀀텀 센싱, 스텔스, 극초음속 기술과 코로나 19 치료제 등에 이르기까지 전장을 뒤바꿀 게임체인저(Game Changer) 핵심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첨단기술을 가지고 무기체계 완제품을 만드는 일은 오로지 업체의 몫이다. 1990년 냉전 이후 계속된 미국 방위산업 정책 기조인 ‘업체주도 연구개발 체제’의 산물이다.

 

영국도 1990년대 국방연구소(DERA)를 대대적으로 개편, Qinnetiq라는 군 시험평가·서비스 기업을 만들었다. 2018년 기준 세계 94위로 연매출 12억 달러를 넘는다. 이스라엘도 같은 시기 국방연구소(MAFAT)를 모체로 유도무기 중심의 라파엘(RAFAEL)사를 설립, 세계 44위 방산업체로 키워냈다. 일본도 국방연구소(TRDI)보다 미쯔비시(25위), 가와사키(48위), 후지쓰(72위), IHI(82위), 미쯔비시 전기(97위), NEC(99위)등 대기업들이 무기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ADD는 ‘갑중의 갑’으로 국방 R&D 예산의 70% 이상 독점

 

반면, 우리나라 ADD는 여전히 ‘갑중의 갑’이다. 무기체계 및 핵심기술 전 분야를 망라하며 국방 R&D 예산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심지어, 산·학·연 협력과제와 민군기술협력, 그리고 최근 신설된 미래도전기술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ADD로부터 시작해서 ADD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ADD 위주의 국방 연구개발 체제 아래서 업체 스스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자 불확실성이 큰 행위다. 방산업체들이 ‘업체주도 연구개발’을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기개발 간 시험평가는 물론 개발 중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봉착 시 정부 차원의 집중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발 실패 시 지체상금, 부정당 제재 등 페널티가 매우 가혹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뜩이나 기술, 시설, 장비, 인력 등 개발 인프라가 부족한 기업 입장에서 시험평가 일정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평가 기준이 갑자기 변경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칫 전체 개발 일정이 연기되거나 개발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여기에 방산기업은 ‘사익’만을 추구한다는 따가운 시선과 냉소, 이에 따른 기업 의견을 무시하는 풍토 등은 덤이다.

 

이러한 연유로 지난 수십년간 ‘업체주도 연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대부분 ‘ADD주도 연구개발’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저 ‘ADD주도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해서 시제품이나 잘 만들어주면 된다는 푸념이 팽배해 있다.

 

ADD주도 연구개발로 글로벌 방산기업 육성은 사실상 불가능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업체 주도로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주변에서 ADD가 아닌 ‘업체주도 연구개발’ 방식을 우려하는 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위산업을 추격형(Fast Follower)에서 선도형(First Mover) 산업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방산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키우려면 필연적으로 업체가 주도하는 무기개발 체제를 구축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ADD주도 연구개발’ 방식만으로는 세계 굴지의 대형 방산기업을 키워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와는 달리 ADD보다 우수한 기술과 전문인력을 보유한 업체도 상당수다. 따라서 방위사업청이 적극 추진코자 하는 ‘업체주도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제도와 인프라가 정착되기 전이라면 당분간 기업과 ADD간 ‘공동주관’ 형태로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사업관리 하에서 각각의 장점 분야를 살려 시너지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ADD와 ‘공동주관’ 또는 ‘국가정책 사업’ 지정해 개발 리스크 줄여줘야

 

아울러, 지난 2월 제정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내 ‘방위산업 국가정책사업’ 대상으로 ‘업체주도 연구개발 사업’을 선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 중 중요도를 고려해서 ‘국가정책 사업’으로 지정하여 개발 리스크와 페널티를 크게 줄여준다면 업체 입장에서도 상당한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기업 경쟁력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업체주도 연구개발’ 방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업체가 주도하다 보면 우수인력도 확보하고 글로벌 유망기업도 인수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대형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시기가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

 

ADD도 ‘업체주도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충분한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해 주어야 하고, 정부도 업체가 성공적으로 무기개발을 수행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장거리공중 유도무기 등에 대한 ‘업체주도 연구개발’이 지난 50년간 ‘ADD주도 연구개발’에 매몰된 국내 국방연구개발 체제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장원준170.png

 장원준기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국방대 외래교수


출처: https://www.news2day.co.kr/162859

첨부파일
TOP